안 도 현

그대 여우라면, 사람의 키를 훨쩍 뛰어넘어

혼을 빼고 간을 빼먹는 네가 여우라면 오너라

나는 전등을 들지 않고도 밤길을 걸어

그 허망하다는 시의 나라를 찾아가겠다

너 때문에 뜨거워져 하나도 두렵지 않겠다

시인이 말하는 헛것은 헛것이 아니라 분명한 본질의 세계다. 그대라고 지칭되는 여우는 어떤 사람이나 물체를 특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무언가를 기다리며 시 창작에 몰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강단진 자기 결의가 나타난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