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문제로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게 되었다. 비박이 주축이 된 바른정당은 `보수 개혁`을 기치로 새누리당을 탈당하게 된다. 당내 민주적 소통구조를 상실한 새누리당은 분당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 집권당의 분당은 총선 시 친박 위주의 공천에 대한 내재된 불만뿐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당 운영의 폐쇄성에 대한 불만의 표출 결과이다. 결국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분당은 지난 대선의 패배를 자초하였다.

보수 야당은 현재 경쟁적으로 당 개혁을 주창하지만 가시적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내년 6월 지방 선거는 7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대선 패배의 절망을 딛고 내년 지방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두 개의 보수 정당은 서로 보수 적통을 주장하면서 분열과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양 보수 정당의 지방 선거를 치르기 위한 조직과 후보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야당은 조직이나 후보 경쟁이 심화되고 굳어질수록 보수 지지층의 분열과 이탈은 명약관화하다. 그 결과 야당은 여당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더욱 어렵게 되고 또다시 중도 보수 지지층에게는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

현재로서는 보수 야당의 통합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들 야당이 합당이나 통합이란 어려운 과제를 극복하려면 우선 각기 겸허한 자기반성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과거의 당의 독점적 폐쇄적 운영에 대한 책임 소재부터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책임지려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바른정당도 성급한 탈당이 보수 세력의 분열을 자초하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배신자 프레임`을 통해 바른정당을 압박하고, 바른정당은 `수구 프레임`으로 몸담았던 친정에 대해 비난만 계속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과거 친박 중심의 파벌 정치에 대한 겸허한 자기반성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바른정당 역시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어정쩡한 이념 노선만으로는 보수 적통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의 무조건 통합요구나 바른정당의 통합 명분 부족이라는 주장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양측 지도부간의 허심탄회한 자기반성 없는 통합 주장은 사실상 매듭을 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보수 양당의 지도부가 현시점에서 분당의 책임문제를 따지거나 보수 적통 논쟁을 계속할수록 당 통합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의 일부 의원의 탈당과 자유한국당으로의 복귀만으로 통합의 매듭은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한국당의 과감한 당 개혁은 통합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당대표의 언행은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내년 지방 선거와 개헌의 동시 추진 공약을 뒤집는 홍준표 대표의 발언은 당의 통합에 장애가 될 뿐이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과감한 인적 쇄신과 새로운 보수 프로그램을 제시하여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이나 탈당 문제도 이러한 당 개혁 차원에서 결단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보수 정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라는 반사 이익만으로 보수 정당의 집권기반을 다질 수 없고 성공을 기대할 수도 없다. 한국의 보수 정당은 독일 기민당의 메르켈의 리더십과 정당 정책을 벤치마킹할 때 통합의 물꼬가 트일 것이다. 이들 양당이 개혁 보수 정당, 신 보수주의 정당으로 통합될 때 집 떠난 중도 보수 지지층은 회귀할 수 있다. 보수 정당 지도자들은 지지층들은 은어가 고향 찾듯이 자동적으로 회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보수 야당은 통합을 위한 진지한 대화와 협상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