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이번 연휴는 참 길었다. 무려 열흘이나 계속된 연휴는 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시작해 노벨 경제학상 발표로 끝을 맺었다.

총기 난사와 노벨경제학상.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 두 개의 단어가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재 미국이 안고 있는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0월의 첫날, 총격범 스티븐 패덕은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 32층에서 길 건너편 야외 콘서트장 2만여 명의 관객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58명의 사망자와 550여 명의 부상자를 만들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을 저질렀다. 경찰은 그 이유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거의 매년 대형 총기사고가 터진다. 최근만 돌아봐도 1999년 13명의 사망자를 낸 콜로라도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2007년 33명이 사망한 버지니아공대 비극에 이어 2012년 12월 코네티컷 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로 26명이 사망하고, 작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소재의 나이트클럽에서 50명이 사망한 사건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로 기록돼 있었으나 이번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가 다시 기록을 갱신했다.

`최악의 총기 난사`라는 기록은 경쟁적으로 깨지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 사건·사고로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일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연간 3만명 이상이 총기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이는 인구대비 1만명 중 1명으로 세계 최고의 총기 사망률이다.

한국 인구에 대비하면 매년 5천명이 총기사고로 사망하는 비율이다.

교통사고와 맞먹고, 테러와는 비교가 안 된다. 2001년 9·11 테러 이후부터 2013년까지 테러로 미국 안팎에서 사망한 희생자가 3천380명인데 반해 같은 기간 총기 사고로 미국 내에서 사망한 이는 40만6천496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많은 까닭은 다른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총기 보유량과 깊은 연관이 있다. 미국인이 보유한 총기는 2억7천만 정에 이른다고 하는데 미국 인구를 3억2천만명으로 추산하면 전체 인구의 84%가 총기를 소유한 셈이 된다.

총기 규제를 못하는 이유는 수정헌법 2조에 근거해 설립된 총기소유 당위성을 고집하는 미국총기협회(NRA)의 횡포와 NRA의 정치자금을 받는 공화당 중심의 보수적 국회의원들 때문에 총기규제 법안자체가 통과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NRA는 “총은 개인을 방어하기 위해 있는 것이며 어떠한 규제도 하면 안 된다”라고 버티고 있다. 총 때문에 수만명이 죽어갈 때 과연 몇 명이 총기로 스스로 방어해서 살아남았는가?

한편, 총기사고로 뒤숭숭한 연휴의 마지막날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발표됐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미국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교수가 받았다. 지금까지 수여된 80여 개의 노벨경제학상은 80% 이상 미국인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국적자가 많지만 필자의 카운트로는 60명 이상이다.

세계 경제학이론의 근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미국인 학자와 교수들이 지금 세계 1위 총기 사고의 미국을 보면서 과연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묻고 싶다. 경제학의 근거는 당연히 트레이드오프(Trade-off·이익과 손해의 상호작용)이다. 이익이 손해보다 클 때 경제학은 그런 정책을 추구한다.

총기 소유 자율화로 손해가 훨씬 큰데도 불구하고 NRA의 부당한 압력에 정의가 실천되지 못하며 경제원리를 적용 못하는 미국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

호주는 미국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강력한 총기 규제로 총기에 의한 살인을 50%나 감소시킨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은 강력한 총기 규제로 최다 노벨경제학상의 체면을 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