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수<br /><br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필자가 35년간 미국에서 활동하고 2010년에 한국에 와서 크게 두 번 놀랐다.

필자의 정신세계 시계가 1974년에 멈춰 있었기에, 두 시대의 한국이 선명하게 비교된다. 도착하자 첫 눈에 놀란 것은 물론 눈부신 경제성장과 크게 윤택해진 생활이었다. 행복한 놀람이었다.

한 예로, 40년 전에는 신혼여행을 보통 2~3일 국내 명소, 명산 지역에서 보냈는데, 이제는 7~10일간 해외여행을 가고 있다. 중고등학생 수학여행도 종종 이와 비슷하고, 대학생들 일반인들도 개인 여행을 주로 해외에서 보낸다. 공공시설들도 많이 현대화되었고, 협소한 토지의 장점을 살려 교통 통신 등 인프라도 현대식이고 효율적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물질경제의 변화가 있어왔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필자는 두번째 크게 놀랐다. 이번에는 걱정스러운 놀람이다. 한국의 정신문화, 사회구조가 40년 전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물질의 윤택함과 대조적으로 정신문화, 사회구조는 과거의 빈곤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OECD권에 속하는 경제수준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하위수준의 행복지수를 갖게 되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한국의 사회문화의 몇 특징들을 연재 글로 논해 본다.

첫째, `갑을` 문화가 사회행동의 구석구석을 지배하고 있다. 흔히 보는 예를 들면, 행사가 열릴 때 보통 여러 명의 `귀빈`들의 축사로 30분 정도 보낸다. 축사 내용도 보통 천편일률적이다. 축사는 보통 참석한 이들 중 사회적으로 제일 신분 높은 `귀빈` 이름부터 시작해 모든 `귀빈`들을 열거한다.

축사마다 사회적으로 신분 높은 `귀빈`이름이 반복되니, 마치 신도들이 교주나 신으로부터 축복을 기다리는 종교 행사같이 보일 정도다. 행사의 목적과 관계없이 사회 권력의 서열은 한국에서는 항상 절대 명제다. 축사 후 보통 `귀빈`들은 곧 행사장을 떠난다. `일반 귀빈`들은 기다렸다가 제일 신분 높은 `귀빈`을 선두로 수행원들을 포함해 일제히 우르르 떠난다.

필자가 미국에서 다양한 행사에 참석했지만, 사회자 또는 행사 주최의 대표가 행사의 목적을 소개한 후 행사 본 내용으로 신속히 진행해 들어간다. 보통 `귀빈`들 자리가 따로 있지 않고, `귀빈`들은 축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여하기 위해 행사 중에 자리를 지킨다. 한국에서는 학교 세미나회의장, 문화강당에 교수자리가 따로 있거나, 아니면 교수들끼리 학생들끼리 따로 앉는다. 교수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손실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교수들은 `갑`이고 학생들은 `을`이라는 사회의식을 강화해 시대를 역행한다.

작년에 미국 대학에 한 학기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교수들과 학생들이 같이 앉아 세미나를 즐기고 토론하는 대조적인 장면을 자주 보았다. 백발에 허리도 구부정한대도 계속 배우겠다고 젊은 교수들, 학생들과 같이 앉아 있는 은퇴한 교수들의 모습은 성스럽게 보이기까지 하였다.

MIT에서 세계적인 혁신기술개발의 선구자로 알려진 미디어 랩(Media Lab)의 모든 지도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을 자신의 학생들과 연구원들 랩 안에 갖고 있다.

사무실 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 학생들은 지도교수와 지리적으로 심적으로 항상 가까이 지낸다. 스탠포드의 혁신교육으로 유명한 디스쿨의 주임교수는 학생들 실험실 중앙에 학생들과 나란히 자신의 사무실을 갖고 있다. 무심코 보면 그의 자리를 학생들 자리와 구별할 수 없다.

그의 사무실은 칸막이 벽도 없어서 사적 대화는 별도의 회의실에 가서 한다고 주임교수는 필자에게 설명했다.

미디어 랩이나 디스쿨이 공간이 없어서 그와 같이 지도 교수 사무실을 학생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그들의 문화이고, 그 문화는 협업을 장려하고 창의와 혁신을 가져온다.

다른 문화의 장점들을 우리 문화에 이식하여, 우리 문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