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부산 감만부두에서 발견된 살인 `붉은불개미` 소동이 가뜩이나 북핵 도발 위협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더욱 고달프게 하고 있다. 특정 해충을 관리해충으로 지정하고도 검역망이 뚫리는 것은 해충관리제도가 식물검역에만 의존하는 후진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지난 10년간 관리망을 뚫고 국내 유입하여 발생한 해충만도 총 13종에 이른다. 하루빨리 선진적 검역체계를 수립 시행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붉은불개미를 처음 발견한 이래 전국 주요 항만 및 내륙컨테이너기지 34곳에 예찰 트랩(덫)을 설치해 추가 조사를 벌여왔다. 전문가 합동조사는 개미류 서식 가능성이 큰 지점을 대상으로 육안조사와 트랩조사를 병행해 실시했다. 하지만 최근 의왕·양산컨테이너기지 합동조사 결과를 비롯, 9일 현재까지 박멸의 핵심인 여왕개미를 잡지 못한 상황으로서 당국의 정밀조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붉은불개미는 강한 독성물질을 몸속에 지니고 있어 날카로운 침에 찔릴 경우 심한 통증과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심할 경우 현기증과 호흡곤란 등의 과민성 쇼크 증상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이 가진 독과 같은 성분이 있기 때문에 벌 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쏘인 이후 호흡 곤란, 혈압저하, 의식장애 등이 나타나면 병원으로 신속히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붉은불개미는 이미 지난 1996년 관리해충으로 지정됐는데도 불구하고 유입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해충은 지정부터 관리까지 모두 식물 위해성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해충은 식물을 통해서만 옮겨오는 것이 아니므로 식물검역 중심의 해충관리로는 해외 해충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어렵다.

21년 전 붉은불개미가 관리해충으로 지정될 때에도 뿌리 및 감귤나무 껍데기에 대한 피해 우려 때문이었을 뿐 인체위해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농촌진흥청의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006~2016년까지 10년 간 관리망을 뚫고 국내 유입으로 발생한 해충은 포인세티아총채벌레, 잔디왕바구미 등 총 13종에 이른다. 2014년에는 총채벌레류, 가루깍지벌레류, 깍지벌레류 3종이 동시에 유입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위험도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국경검역, 미지정 병해충의 진단법 부재, 미흡한 국가기관별 예찰과 방제 등 부실한 현재의 검역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도 정확한 정보를 확보해 유해 병해충 발생국가로부터 유입되는 화물을 보다 세밀하게 검역하는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 외래 해충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국가의 으뜸 책무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