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 태일

하늘로 가고 왜란 호란 동란 조총소리 화포소리 따발총 소리에도 6백년 도읍 지

킨 혼령이 승천하고 있다

곤룡포가 타고 있다 조선혼백이 무너지고 있다 신의지문 지키지 못할 민초라면

성은(聖恩)은 거두어 가는 법, 그대 발밑에 해와 달을 묻고 열성조를 매장하노

니 자지러지는 광기여 시커먼 분노여, 엎어지고 자빠지는 조선의 민초들이여

서울의 무명을 태우다 말고 등신불로 앉았다

몇 해 전 남대문이라 일컫던, 한양도성의 남쪽 문인 숭례문이 방화에 의해서 소실되었다. TV로 중계되던 그 화재현장을 보면서 온 국민이 가슴아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조선 오백년의 역사 뿐만 아니라 근현대사의 영욕을 다 보아온 숭례문이다. 우리 민족의 자존의 상징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닌 국보 1호가 불탄 이 어처구니 없는 일을 보고 시인은 통곡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표현처럼 광기와 분노가 불일 듯 일어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