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추석명절이면 으레 나돌았던 귀성객을 상대로 한 귀성열차 암표거래가 요즘은 싹 줄어들었다. 자가용 보급 등 교통편이 다양화되면서 귀성객을 노려 터미널 등에 등장했던 암표상들의 모습은 이젠 아련한 추억거리가 돼 버렸다. 그러나 누가 암표를 `필요악`이라고 했던가. 지금도 인기 공연에는 암표상들이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 주 공간이 인터넷상으로 바뀌면서 암표 거래는 엄연히 존재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서 발생하는 암표는 자연스런 현상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유명 연예인의 공연이 인터넷을 통해 단 2초 만에 매진되는 것을 보면 공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일부는 거래되는 가격 이상의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다. 경제학적으로는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현상을 초과수요 상태라고 한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에 나타나는 기능이 암표인 것이다. 암표 거래는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아 국가에 따라서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암표를 팔다 적발되면 경범죄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암표가 극장 객석의 점유율을 높이는 긍정 효과도 있다고 한다. 암표상은 아무리 막아도 또다시 등장하며 철저히 현금 거래하기 때문에 거래내역을 추적할 수도 없다.

3일 은퇴하는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의 고별경기 티켓이 완전히 매진되면서 인터넷 사이트에서 암표가 나오고 있다. 블루존 내야석 4장(정가 6만원)을 50만원에 판다는 내용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승엽 선수 은퇴경기 입장권 2만4천장이 매진된 상태라고 했다. 11년 만에 무대에 서는 가수 나훈아의 컴백 공연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암표 티켓이 고가로 나돌고 있다고 한다. 정가보다 3배나 높은 20만~40만원에 팔린다는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 고향 길 열차 표에 목을 메야 했던 우리들이 이제는 여유와 즐김의 문화에서 암표를 구한다. 암표도 생활 변천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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