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락

그 친구 아버지가 뜻밖에 꿈에 보인 날

정말 생시에도 폭설이 쏟아져

경북 북부 산간지방 도로가 다 막힌 그 날

프로이트와 라깡이라는 서양 학자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시골로 뻗은 폭설이 덮인 길 위에서

나는 또 다른 인생의 미로를 좇고 있었다

인생에서 현실과 꿈은 종이 한 장보다

더 얇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시인은 폭설이 내려 길이 다 막혀버린 경북 북부지방의 어느 곳을 지나며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에 들고 있음을 본다. 꿈 많은 젊은 시인으로, 문학운동가로서, 대학교수로서의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바친 그의 열정이 무엇이었던가 자신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꿈은 종이 한 장보다 더 얇을 수밖에 없다는 겸허한 깨달음에 이르고 있음을 본다. 지나고 나면 별로 이룬 게 없어보이는 게 인지상정이라하면 지나친 말일까. 허망하고도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게 인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