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재연 울진비행훈련원 부원장

▲ 김재연 울진비행훈련원 부원장이 비행조종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웃으며 조언하고 있다.

“하늘길을 운전하는데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곳 훈련생들은 저마다 속사정을 가슴에 품은 채 오직 비행조종사가 되겠단 각오 하나로 청춘을 바칩니다.”

지난달 26일 울진비행훈련원에서 만난 김재연(64) 부원장은 자신을 엄격한 교관이자 무서운 아버지라고 소개했다.

`청춘`을 바쳐 공군전투기 조종사가 된 그는 누구보다도 교육생들의 마음을 잘 안다고 했다. 그만큼 교육생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김 부원장은 “비싼 교육비에 꿈을 포기하는 훈련생도 있고 집안 사정 때문에 좌절하는 교육생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첫 비행에 성공한 교육생들의 표정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울진훈련원, 공항을 훈련장으로 사용 최고여건 자랑
“비싼 교육비에 긴 어려움 이겨낸 교육생들 보면 뿌듯”

□ 울진비행훈련원, 국내 최고 비행조종사 양성소

김 부원장은 울진비행훈련원을 국내 명실상부한 비행조종사 양성소라고 자부한다.

민항에 있는 비정밀 접근(방위, 거리 전파 지원)과 정밀 접근(방위, 거리, 각도 전파 지원)이 훈련원에서 모두 가능해 다른 공항으로 이동 없이 교육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다.

김 부원장은 “공항을 훈련장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최고의 교육기관으로서의 여건을 갖췄다는 걸 의미한다. 공항 시설에 맞는 요구 조건을 갖춘 훈련원은 전 세계적으로 울진비행훈련원뿐이다”라며 “교관들도 이곳에서 훈련받았기 때문에 교육 과정이 표준화가 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울진비행훈련원 교육생들은 하늘길 운전대를 잡기까지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신규 사업용 통합과정인 학과 559시간, 비행 170시간, 비행 시뮬레이션(SIM) 30시간을 필수로 교육이수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5천만원 정도다.

1년 이상의 신규 사업용 통합과정을 거친 후에도 원하는 민간항공사(이하 민항)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각 민항에서 요구하는 250~1천시간의 경력이 필요하다. 일부 우수한 교육생들은 훈련원을 졸업한 후 비행교관 인턴양성과정을 거쳐 교관으로 근무하면서 비행시간을 쌓기도 한다.

교관으로 선발되지 못한 교육생들은 경력 과정을 밟으며 원하는 항공사의 취업을 노린다.

김 부원장은 “신규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우수한 학생들에게 교관을 권유하기도 한다. 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원하는 항공사의 비행시간 요건을 갖추게 되면 원하는 민항으로 지원해 취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교관으로 근무하지 않는 이들은 경력 과정을 거쳐 항공사 요건에 맞는 실비행시간을 쌓는다”고 설명했다.

□ 비행조종사가 되기까지 `759시간`

최근 항공운송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신규 조종사 수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 국토부는 오는 2022년까지 신규 조종사 3천명을 양성하기로 발표했다.

특히 사업 계획 중 하나로 항공조종사를 미리 선발해 교육시키는 `선(先)선발 후(後)교육` 방식이 울진비행훈련원에 시범적으로 도입돼 운영 중이다.

김 부원장은 “선선발 후교육 방식은 비행조종사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금전적으로나 취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생들은 교육과정을 이수하기까지 약 5천만원을 들여야 한다. 정부가 비행조종사 해외유학 비용과 비슷한 수준인 900만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각 교육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교육비는 사실 만만치 않다. 그야말로 거금을 들여야 한다.

김 부원장은 “국내에서 비행조종사 교육 1시간 받는 데 드는 비용이 5만원 정도로 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만약 외국에서 1년간 교육받는다고 가정하면 교육비만 6천만원이 든다. 생활비 4천만원까지 합하면 약 1억원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조종사가 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적합한 신체조건과 일정 수준의 영어 실력은 조종사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비행조종사를 지원하는 이들은 `항공종사자신체검사 1종 적합자`를 받아야 하고, 토익(TOEIC) 800점 이상 또는 이에 준하는 공인영어성적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

자격 요건을 갖춘 이들은 1차 서류심사를 거쳐 2차 운항, 영어, 인적성 평가, 최종 면접을 통해 선발된다.

차수별 합격자들은 리더십교육 등 항공안전훈련과정을 이수하면 12개월에서 18개월의 교육 기간 동안 비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상황대처능력 등을 전수받는다. 이처럼 까다로운 요건에 맞춰 입교하더라도 교육 중 난관에 부딪히기도 한다. 자신이 몰랐던 공포증을 앓거나 상황 대처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것.

김 부원장은 “비행은 발판과 조종대를 모두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섬세하고 감각적인 조정능력이 필요한데 이를 따라오지 못해 그만둔 학생도 있었다”면서 “엄청난 노력을 들였음에도 어쩔 수 없이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 “어설픈 각오로 함부로 도전하지 마라”

“비행기 1~2대로 운영하는 영세한 비행 훈련장에서는 비행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비행 시간을 쌓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금전적인 문제가 얽히곤 합니다. 아직도 조종사는 커녕 각종 소송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도 많죠”

김 부원장은 비행조종사가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하면서 비행조종사 꿈을 키우는 이들을 향한 조언을 했다.

국내 10여곳에서 비행조종사 훈련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 중 영세한 훈련원의 학생들이 금전문제와 미흡한 교육환경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그는 “가정이 있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비행을 하는 등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비행조종사를 꿈꾼다면 큰 규모의 훈련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훈련원 내 교육생들의 노력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김 부원장은 “어설픈 각오로 비행조종사에 도전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내에서 비행조종사로 거듭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노력과 각오”라며 “현재 교관과 함께 비행하는 교육생들은 단독으로 비행할 날을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상생 토대로 비행조종사 양성 목표

울진비행훈련원은 지역과 상생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울진비행훈련원 인근 주민들이 소음공해를 호소하며 비행장 폐쇄를 요구하고 나서는 일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300회 이상 비행기 이·착륙과 야간비행까지 이뤄지면서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 등 인근 주민들이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울진비행훈련원과 주민 양측은 야간 훈련시간 조정 등 협의를 거쳐 서로의 입장을 수용한 상태다.

김 부원장은 “아직까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은 주민 2명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다. 조만간 잘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비행이 중단돼 실비행을 하지 못한 일부 교육생들이 퇴소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경북도나 울진군에서도 울진비행훈련원에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아는 데 지역 청년들이 비행조종사를 꿈꾼다면 지자체에서 일부를 지원해주는 방안도 좋을 것 같다”며 “울진비행훈련원과 지역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전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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