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 3선 중진의원들이 `보수우파대통합 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바른정당 자강파들이 크게 반발하는 등 파장이 깊다. 양 정당 3선 의원들은 회동을 갖고 `대통합` 논의에 불을 붙이기로 합의했다. 바른정당 내에서 이들의 행동을 맹렬히 질타하는 등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보수대통합의 당위성이 아무리 높다 해도, `민심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3선 의원 13명은 지난 27일 만찬회동을 갖고 보수대통합 방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보수정치의 복원과 보수통합이 시대정신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당협위원장 문제를 비롯해 통합에 필요한 현실적인 문제들까지도 논의됐다. 당대당, 개별입당은 물론 통합시기 등에 대한 견해도 오갔다. 보수대통합 과정에서 조건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됐다는 후문이다.

이날 만찬은 통합을 강조하는 건배사를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이철우 한국당 최고위원은 인사말에서 “국민이 보수우파의 분열을 많이 걱정하고 있다. 연말이 되기 전에 (보수통합을) 결단하라고 한다”고 말했고, 같은 당 강석호 의원은 “중진의원들에게 주어진 책무이자 과제는 보수대통합”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원로들도 보수대통합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바른정당이 발칵 뒤집혔다. 특히 김영우 최고위원까지 보수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통합파·자강파 사이의 감정이 격해지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기자와 만나 “개인적인 일탈행동”이라며 “유효한 결론은 의원 20명이 찬성한 11월 13일 전당대회뿐”이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지도부 의사와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최고위원회를 통해서 결정해야지, 밥 먹다가 (이런 사안을) 뒤집는 것이 맞느냐”며 “바른정당의 정신과 절차성이 훼손된 일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진수희 최고위원은 “빠른 통합을 원하는 분들은 자유당으로 개별적으로 귀순하라”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며 “보수대통합이라는 아름다운 말을 오염시키거나 물타기해서 당을 끌고 가려는 행위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열된 보수의 통합을 바라는 여론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국민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빠트린 지난날 실정(失政)들을 그냥 덮어두고 무조건 다시 모이라는 소망은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 변화된 민심을 충실히 반영하는 새롭고 건전한 `보수이념` 정립이 순서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찢어진 깃발을 다시 주워들고 흔들어댄들 무슨 감동이 있을 것인가. 뭘 어떻게 새롭게 하겠다는 것인 지부터 먼저 정리해 밝히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