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연중 가장 큰 명절인 추석은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중국의 중추절, 미국의 추수 감사절과 같은 날이다. 한해 농사를 잘 마무리하고 풍성한 수확 앞에 감사의 마음을 신과 조상에게 전하는 날이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자연이 안겨다 준 신성한 결실 앞에 인간은 그냥 숙연하고 감사할 뿐이다.

추석(秋夕)은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이다.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다. 한가위라고도 부른다. 가위는 8월의 가운데라는 말이고, 한은 크다는 뜻이니 추석날을 일컫는다. 추석에 대한 유래는 명확치 않다고 한다. 그러나 삼국사기 등 문헌자료를 살펴보면 신라시대부터 명절에 버금가는 행사가 이어져 온 것으로 짐작된다.

보름달은 밝음의 상징이다. 전기가 생산되지 않았던 시절 한 밤중을 훤히 밝히는 보름달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지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개 보름자정을 전후해 마을의 평온을 비는 제사를 올리는 게 보통이다. 정월 대보름이나 음력 8월 대보름이 명절이 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우리 속담에 추석날을 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한다. 햇곡식과 햇과일 등으로 풍성히 차려진 음식을 먹고 밤낮으로 놀이를 즐기는 민속절의 기쁨이 오래 오래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청년 실업난에 허덕이는 요즘 젊은이에게 추석은 마냥 즐거운 날이 아니다. 올 추석 연휴가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함에도 홀로 추석을 보내겠다는 젊은이가 많다는 여론조사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전문 포털인 `알바천국`이 전국 20대 청년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니 10명 중 6명이 혼자서 추석을 보내겠다는 `혼추족`으로 밝혀졌다. 그 이유로 아르바이트(27%), 친척 및 가족들의 잔소리(23%), 취업 및 시험준비(17%) 등이 손꼽혔다. 요즘 젊은이의 고단한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진다.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 입장에서도 마음 아픈 일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이 실현될 날을 기다려본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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