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중단을 시작으로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탈(脫)원전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리의 원전산업 경쟁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세계시장에서 원전산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국제 원전시장에서 촉망받던 한국의 원전산업이 기세를 잃어가고 있는 기미가 농후하다.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느냐는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방한 중인 윌리엄 맥우드 OECD/NEA(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원전기술을 도입하려는 국가들이 굳이 원전을 포기한 한국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이 독일을 탈원전 롤 모델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독일은 (한국과 달리) 인접국가로부터 전기를 수입할 수 있는 전력망이 잘 갖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이후 국내외 원전사업은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수십조 원짜리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공사 수주를 놓고도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세일즈 외교조차 펼치지 못했다. `원전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 총회를 코앞에 두고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홍보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처지다.

세계 원전시장은 호황세가 현저하다. 인도는 2030년까지 1천500억 달러를 투입해 신규 원전 30기를, 영국도 2030년까지 16기를 건설할 방침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다음 달 200억 달러(약 22조6천500억원)짜리 1천400㎿급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위한 국제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또 필리핀, 체코,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원전 건설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대규모 원전 시장에 발맞춰 중국은 자국 원전건설로 경험을 축적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자국에 110기의 원전을 운영해 세계 1위 원전대국이 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13년 처음 파키스탄에 수출한 이래 아르헨티나·루마니아 등 국가에서 원전 10기를 완성했거나 건설하고 있다.

미국의 CE(현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우리나라의 원전기술 자립도는 거의 100%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5년 기준 국내 원자력 산업 전체 매출액을 26조7천억 원 규모로 집계했다. 원자력산업 관련 인력은 약 3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의 올 하반기 채용규모가 예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문재인정부가 `탈원전` 선언을 한 것만으로도 한국의 원전산업은 붕괴됐다”고 비관하는 전문가들마저 생겨나고 있다. `원전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온전히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애써 키워온 귀중한 국가경쟁력을 이대로 허망하게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