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br /><br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경청(傾聽). 기울여 듣는다. 귀를 기울이고 자세를 기울이며 마음을 기울여 듣는 일을 경청이라 부른다. 우리에게 경청하고자 하는 태도가 있는가. 도무지 선언이고 주장이며 물러설 수 없으며 양보할 수 없는 일만 수두룩해 보인다. 상대의 심정을 헤아리고 그의 처지를 돌아보아 귀담아 들으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내 주장만 옳으며 상대는 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도 쉽게 풀어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생각이 다르고 의견이 충돌하니 구상과 계획이 다를 수 밖에. 하지만, 함께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견주며 서로에게 덕이 되는 만큼씩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공동체의 선을 만들어 내는 미덕을 어째서 우리는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째서 나만 이야기하고 결론지어야 하며 남의 목소리는 수용할 수가 없어서 무시해야만 하는 것일까. 조금씩 덜 주장하고 조금씩 더 기울여 들어줄 수는 없는 것일까. 급기야 서로가 서로에게 의견을 전하려 해도 돌아선 골이 깊어진 나머지 아예 들으려 하지 않게 된다면, 그 다음 논의는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포항시의 동빈대교 건립구상과 관련하여 나날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포항시는 행정력을 활용하여 얼른 결론을 짓고 추진하고자 하며,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았다며 포항시의 재고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포항시는 그동안 여러 행정단계를 정상적으로 밟아온 일이므로 시민들이 이제는 이해하고 수용해 주었으면 하고,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본인들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며 도시미관에 심대한 부작용이 예견되는 일이므로 보다 효과적인 구상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양 측 모두에게 까닭이 있고 명분도 있다. 다만, 서로의 다른 의견이 적절히 나누어지지 못하고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못한 결과만 놓고 보면 갈등의 골짜기만 두드러진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이제는 절차상 최종 결정권이 경상북도로 넘어가 포항시와 주민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결론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포항시가 섬겨야 하는 대상은 누구이며 주민들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포항시는 이제라도 공복(公僕)의 위치를 새롭게 하여 시민의 목소리를 기울여 듣는 경청의 지혜를 발휘하여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오늘 나 자신의 이익과 권리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이 도시의 미래와 다음세대가 누릴 포항의 모습에 마음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행정주체로서 포항시의 지위만 생각하다가 시민의 행복과 신뢰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며, 주민들 자신의 오늘 누리는 권리만 주장하다가 도시의 미래를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일이 분초를 다투는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지역이 오히려 화합과 소통의 미덕을 발휘하여 시민들과 포항시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시민포럼`을 만들어 운영해 보면 어떨까 싶다. 하지만,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서로를 향한 성토와 비난은 하지 않기로 하자. 상대를 신뢰하고 기대하는 기본을 모든 참가자들이 명심하기로 하고, 서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만나기로 해야 할 것이다. 이 일을 다리 하나 놓는 일로 생각하기 보다, 이 도시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푸른 청사진을 함께 그려보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 것인가. 이를 위하여 세대를 가로지르는 지역 주민들의 폭넓은 참여를 유도할 방법은 혹 없을 것인가. 지역의 역량은 결국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구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수려하고 풍성한 천혜의 자원을 지닌 우리 지역은 포항시와 시민들이 서로를 향한`경청의 덕`을 발휘하도록 토대를 마련할 때에 더욱 발전하고 융성하여 갈 것이다. 지역의 앞날은 지역의 지혜로 일구어 가는 `경청도시`가 되기로 하자. 이 나라의 또 하나 자랑이 되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