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대상 부지로 결정된
흥해 융합산업지구 개발
토지 보상 싸고 마찰 일어
지주들 “평가액 너무 낮다”
감정평가사 교체 요구
농어촌공사는 “하자 없어”

경북도 동해안발전본부 이전 대상지로 결정된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의 개발이 토지보상문제로 착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해안발전본부 이전 계획도 덩달아 차질이 예상된다.

대상부지 대부분이 사유지여서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업시행자와 지주 사이에 의견차가 크기 때문이다.

지주 측은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와 진입도로로 나눠 진행되는 토지감정평가 중 지구에 대한 평가에서 산정된 감정평가액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으로 책정됐다며 진입도로 평가에서 감정평가사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시행사 측은 실거래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평가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 측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동해안발전본부 이전까지 늦춰질 것으로 우려돼 경북도와 포항시 등 관련기관이 갈등조정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련리, 이인리 일원 145만9천330㎡에 3천687억 원을 들여 오는 2020년 조성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8월 경북도 제2청사 격인 동해안발전본부 이전대상지로 확정되면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동해안발전본부는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내 부지 3만3천㎡에 연면적 6천㎡ 규모로 들어서며 도 수산진흥과 등 6개 부서 공무원 90명이 상주하게 된다.

당초 2018년 착공해 2018년 말 입주할 예정이었으나 행정절차와 장래 확장성을 고려한 건축규모의 증가, 내진 설계반영 등의 이유로 2019년 8월로 준공일정이 연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동해안발전본부에 인프라를 제공할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공사마저 토지보상문제로 착공시점이 늦춰지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진입도로 부지 인근 일부 지주로 구성된 `진입도로 보상대책위원회(가칭)`는 앞서 진행된 지구 토지감정평가에서 감정평가액이 실제거래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삼진이앤씨가 진행한 지구 감정평가에서 감정평가액은 임야의 경우 3.3㎡당 10만~15만 원, 전답의 경우 20만~30만 원으로 책정됐다.

대책위는 최근 인접한 토지에서 이뤄진 거래현황을 살펴보면 3.3㎡당 최저 31만 원에서 최고 200만 원에 이르고 있는 만큼 실제거래가에 근접하는 보상액이 책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는 사업시행자, 경북도지사, 토지소유자(지주)가 1곳씩 추천한 총 3곳의 감정평가사가 매긴 가격의 평균값을 감정평가액으로 책정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대책위 측은 토지소유자가 추천한 업체의 업무수행이 불만족스럽다며 낮은 감정평가액을 책정한 감정평가사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진입도로 공사부지로 편입된 토지를 제외한 잔여지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진입도로가 개설될 경우 인근토지와 단절되는 일부 토지에 대한 감가보상 또는 매입 방법을 강구해달라는 것이다.

대책위 소속 지주 A씨(61)는 “지주 대부분이 이번 공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무리한 주장으로 공사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단지 토지보상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정당하게 진행돼 원만히 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토지보상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대책위 측이 문제삼고 있는 감정평가사 선정은 지주 과반수 이상, 전체토지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결정된 사항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서 감정평가사 3곳이 모두 확정된 상황인데 감정평가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감정평가사를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구 대상토지와 진입도로 대상토지는 별도의 공사이기 때문에 감정평가사가 정당한 가격산정을 하는데 아무런 하자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농어촌공사 측은 이처럼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감정평가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8월 26일 한차례 대책위의 반대로 연기되고, 9월 19일 또 한차례 연기되면서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지주들과의 원만한 협의점을 찾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긴 추석연휴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주 중에 진행될 감정평가는 무사히 마무리지어 공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