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지난 주 제72차 유엔총회가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개최되었다.

이 유엔총회를 무대로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인신공격에 가까운 수준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언론에서는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 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 기사를 계속 내고 있다. 이런 기사들을 읽다보면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말(言) 전쟁은 미국 대통령이 시작했다. 지난 1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로켓 맨”이라고 비난하고,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 강행할 경우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북한도 발끈해서 미국에게 대응하였다. 우선, 22일에 북한은 북태평양에서 수소 폭탄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투전꾼,” “정신이상자,” 그리고 “악의 (惡)대통령”이라고 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말에 책임을 지게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 사이의 언쟁이 점점 격해지면서,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등 관련국에게 한반도의 평화 유지에 협조할 것을 호소하였던 것은 빛을 바래고 있다.

더구나 23일에는 함경북도 길주에서 지하 핵 실험으로 추정되는 강도 2.6의 지진이 발생하여 긴장을 더욱 고조하고 있다. 또한 25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23일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와 F-15C 전투기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쪽 국제공역을 비행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것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25일자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서 중국의 안보 전문가들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대비책을 논의할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즉, 전쟁 발발로 인한 북한 난민의 중국 유입, 위기 이후의 한반도 정치 질서의 회복 등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한반도에서의 실제적인 전쟁 발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이 실질적인 핵보유국이며, 핵보유국 간의 직접적인 전쟁이 없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그리고 25일자 JTBC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핵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위기상황은 평창올림픽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자 몇몇 국가들이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불참하겠다는 입장 표명을 하였다. 현재 프랑스는 평창이 휴전선에 인접해 있고, 곧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동계 올림픽에 불참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스트리아 역시 동계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기조연설에서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 선수단이 평창에 오게 된다면 불참을 고려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도 안심하고 올 것이라는 계산에서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의 위기로 인해서 평창올림픽이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정도의 걱정에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현재 언론에서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에 대한 뉴스 보도를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이런 기사들을 접하다보면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든다. 북한과 미국이 진짜 군사적 충돌을 하게 되면, 그로 인해 고통을 받을 사람들은 우리들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국은 기껏해야 평화를 호소하고 평창 올림픽에 북한 참여를 촉구하는 등과 같은 간접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어서 빨리 한반도의 안보 상황도 전쟁 중단에서 전쟁 종결로 이행할 날이 오기를 상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