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오래 사용할 때는 틈틈이 눈 감고 휴식 취하고
에어컨·히터바람 장시간 사용 않는 등 생활습관 개선해야

“어휴, 요즘 부쩍 눈이 따갑네.”

직장인 정모(55·북구 우현동)씨는 근래 업무 중간 중간 손으로 눈을 자주 비빈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뻑뻑한 느낌이 들고 지그시 감고 있으면 약간 따갑기까지 했다.

신문을 볼 땐 제목처럼 큼지막한 글씨만 읽는다. 인상을 찌푸려 글자를 쳐다보면 금세 눈의 피로감을 느낀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화면 글씨는 이미 최대로 키웠다. 부득이하게 작은 글씨를 읽어야 할 땐 돋보기를 찾는다.

결국 정씨는 지난주 안과에 갔다. 의사는 눈이 건조할 때마다 넣으면 된다며 작은 투명 용기에 담긴 액체를 권했다. 눈물약이다.

그는 “생전 처음 눈물약이란 걸 써본다”며 “온종일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니 퇴근할 때쯤엔 눈이 빨개져 있다. 농사지으시는 부모님은 돋보기 없이도 무리 없이 생활하는데 오히려 자식인 내 눈 건강이 더 나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정씨처럼 눈(目) 건조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땅에 가뭄이 들듯 사람의 눈도 눈물이 부족하면 바싹 마른다.

특히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눈은 쉽게 건조해진다. 눈물막이 불안정해지면 안구표면 손상이나 시력저하 등이 나타난다.

문제는 안구건조증이 단순히 눈의 수분 부족만으로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라는 것이다. 눈물은 총 3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바깥부터 지방층·수성층·점액층으로 구분된다.

각 성분을 분비하는 기관이나 세포도 다르다.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눈물막이 불안정해진다. 눈물이 마른 탓에 생긴 안구건조증도 있지만, 지방층이 부족하거나 점액분비 기능이 떨어져서 안구건조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안과 검진을 통해 눈물막 두께, 눈물막찌꺼기, 눈물막 파괴시간 등을 검사할 수 있다. 점액 분비물과 안구표면 손상 정도를 파악하고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눈물 삼투압이나 눈꺼풀테 염증 등을 진단한다.

검사결과에 따라 안구건조증을 분류하고 증상 정도에 따라 중증도 파악이 가능하다. 먼저 인공눈물로 원인질환을 치료하고 눈물막 보존을 위해 누점플러그를 이용한 누점폐쇄술을 시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눈물 또는 뮤신 분비를 촉진하는 안약, 그리고 안구 표면의 염증을 줄여주는 안약도 사용된다.

안구건조증 치료는 증상을 완화해 여러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나 스마트기기 사용을 자제하고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키는 흡연, 콘택트렌즈 등 원인을 피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기기를 장시간 사용할 때에는 틈틈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한 곳을 집중해서 바라보면 눈 깜박임 횟수가 줄어 눈이 금세 건조해진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할 때에는 외출 시간을 줄이고 야외활동 후에는 손을 닦고 인공눈물을 넣는다.

콘택트렌즈를 꼈을 때는 인공눈물을 넣어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전문의들은 방부제가 없는 일회용 인공눈물 사용을 권한다. 잠을 잘 땐 렌즈를 빼야 눈 건조함을 줄일 수 있다.

에어컨·선풍기·히터 바람은 눈으로 직접 오지 않도록 한다.

가습기나 젖은 수건을 이용해 주변 습도를 조절하거나 따뜻한 수건으로 눈을 찜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타민 A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당근, 안토시아닌을 함유하고 있는 블루베리, 오메가3가 함유된 생선을 섭취하면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눈 속 이물감이 심하고 가려운 증상이 지속된다면 가급적 손으로 눈을 비비지 말고 바로 안과를 방문해야 한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북부건강검진센터 허정욱 원장은 “안구건조증은 컴퓨터와 휴대전화 과다 사용으로 인한 대표적인 현대인 질환”이라며 “20~30대 환자가 많은 편이지만 최근엔 중장년층 직장인들도 눈 건조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었다. 모바일 기기 사용이 늘면서 눈 건강이 크게 나빠지고 있어 생활습관 개선 및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