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훈<br /><br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

안동을 넘어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산실인 임청각 복원을 위해 지역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청각 복원과 관련, 김광림 의원이 최근 국회예결위에서 국무총리를 상대로 예산증액을 건의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역구의원으로서 당연히 최일선에서 노력해야 하겠지만,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때일수록 여야를 불문하고, 지역의원들이 힘을 모아 임청각복원이 당초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임청각은 어떤 곳인가. 올해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하기 전까지 이런 곳이 있었는지 조차 몰랐던 이들이 상당수 였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독립운동가 9명이 배출된 독립운동의 성지다. 석주 이상룡 선생은 일제강점기때 전 가산을 팔고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이상룡 선생 본인을 비롯한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한 곳이 임청각으로 고성 이씨 가문의 종택이다.

일제는 이런 상징성을 알고 있었기에, 99칸 임청각 중심에 철길을 내고 반토막 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소위 민족정기 말살 차원이었다.

이를 복원하기 위한 사업이 최근 제동이 걸렸다. 당초 임청각 복원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 2015년 8월 문화재청이 `일제 강점기 훼손 문화재 복원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부터다. 이를 토대로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확정한 데 이어 임청각 복원관련 중앙선 복선화 사업을 2020년까지 추진하는 로드맵을 밝혔다.

주무부처도 속도를 냈다. 국토부는 광복절 축사 직후 “임청각 복원 사업을 위해 2020년까지 중앙선 복선전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임청각 앞에 놓인 중앙선 철도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임청각을 방문한 것을 비롯,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이낙연 총리 등 정부 거물급들이 잇따라 방문하는 등 복원에 청신호가 켜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분위기가 돌변했다. 임청각 복원 사업은 중앙선 복선의 전철·직선화사업이 완공돼야만 실현이 가능하다. 중앙선 사업은 2010년 시작돼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총 3조7천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고, 올해까지 1조7천700억원이 투입된다. 계획대로 2020년까지 임청각 앞 철길을 걷어내자면 약 1조9천억원(3년간 평균 6천500억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복지 예산을 늘리고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내년 중앙선 복선화사업 예산이 올해 예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천500억원으로 급감했다. 매년 약 6천5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임청각의 복원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추세라면 문 대통령 임기 만료인 2022년까지도 임청각 복원은 어렵다.

필자는 지난 주 임청각을 찾았다. 그날은 평일이라 일반 관광객은 별로 없었고, 경북도 새마을재단에서 초청한 키르기스스탄 새마을 연수단 관계자들이 임청각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 때 긴 고동소리를 울리며 철마가 임청각 앞마당을 가로질러 북쪽을 향했다. 철마가 지나가는 동안 가이드의 설명은 들리지 않았다.

임청각 복원의 당위성과 중요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일본이 조선의 독립의지를 끊기위해 훼손한지 80년이 다되도록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순국선열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민족정기를 지키는 일도 복지확대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