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환

가을에 이리 흔들리는 건

떠나버린 너의 손가락을 기억하기 때문일까

흰 손수건 목에 감고 강가에 서서

흐르는 물 위로 청둥오리처럼

꺽꺽 소리를 지르는 건

노란 은행잎 사이로 짧게 그어오는 빗물의 칼날

베어져서 잘라진 실핏줄의 단면으로

봄날의 꽃향기가

여름의 햇살이

건초더미의 바람이

아직 눈 내리지 않는 들판

그 봄날 떨리던 너의 손길

소낙비를 맞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솜털처럼 날아 내리는 것은

회청색 하늘 가장자리

은행알 뚝, 떨어지고

가을 길 수북 바람이 덮이고

가슴에 쌓이는 깃털 같은 모래들

가을 언덕에 흔들리는 억새를 바라보며 시인은 봄날의 향연과 여름의 불타는 열정의 시간을 생각하고 있다. 생의 한 가운데를 참교육의 뜨거운 정념으로 불태운 시인은 훌훌히 떠나갈 억새꽃잎들을 바라보며 가만히 눈 감아보고 있는 것이리라. 후회없이 살아온 길 같지만 가슴에 쌓이는 깃털 같은 모래들을,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