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안동을 비롯 경북도내 시·군의 하수도시설 관급공사 등에 값싼 중국산 주철뚜껑이 국산으로 둔갑해 대량 납품되고 있는 사실이 경북매일 취재결과 드러났다. 관급공사 조달등록을 할 때 국산 가격으로 책정 받은 뒤 실제로는 저가의 중국산을 납품해 폭리를 취하는 편법이 동원됐다. 세금도둑질은 묵과할 수 없는 범죄다.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국산 오수받이 주철뚜껑의 경우 현재 조달등록 가격은 직경 3.75㎜ 기준 개당 5만5천원에 납품되고 있다. 하지만 저가 중국산의 경우 개당 수입가격은 1만8천원에 불과하다. 값싼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납품할 경우 개당 3만6천원의 폭리를 얻게 된다. 중국산 오수받이 주철뚜껑은 국산제품의 최대 하중기준(118kN)에 비해 재질·강도가 크게 떨어져 쉽게 파손되거나 녹이 스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경북지역에서 저가 중국산 주철뚜껑이 사용된 곳은 포항 3곳(남구 구룡포읍 석병리·동해면 약전리·대송면 제내리), 안동 4곳(정하·노하동·중구 명륜동·안막동), 문경 3곳(점촌·농암면 내서리·마성), 칠곡 2곳(석적읍 중리·약목면 관호리) 등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 밖에 구미시 선산·고령 개진면·영천시 금호읍·의성 단촌면·성주군 선남면·청도군 신원리·상주시 공검면 양정리·김천시 평화동·경산시 중산·정평동·진량읍 등도 저가 중국산 주철뚜껑이 사용된 것으로 업계에 소문이 나돌고 있다.

주철뚜껑과 PVC 등 하수관 관련 관급시장 규모는 연간 3천1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현재 전국11개소의 주철뚜껑 조달등록업체 가운데 5개소(충남 금산·전북 김제·경기 화성·경북 영주·서울 송파)가 저가 중국산을 직수입해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실 제품의 눈속임 납품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데도 해당 시·군은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등 관리감독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4년 강원도 태백에서 중국산 맨홀 뚜껑을 수입해 아세톤으로 원산지 표기를 지운 뒤 국산인 것처럼 둔갑 유통시켜 폭리를 취한 업자가 붙잡힌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북의 경우처럼 `국산`을 조달등록한 뒤 실제로는 `중국산`을 납품 시공한 경우가 적발된 사례는 드물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져갈 가능성도 있다.

포항시 감리단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생산 공장과 납품처에서 실사할 때만 국산제품인지 여부를 확인할 뿐 실제 현장에 투입된 제품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맹점을 인정했다. 모든 하수도설치공사에서 유사한 눈속임이 횡행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관급공사에서의 세금낭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범죄를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중국산 주철뚜껑 납품사실 없다” P사 해명

본지는 지난 9월 29일과 10월 10일 `중국산 저가 주철뚜껑` 관련 기사에서 경북도내 시군의 하수도시설 관급공사 등에 값싼 중국산 주철뚜껑이 국산으로 둔갑해 대량 납품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경기 화성의 P사 등이 중국산 오수받이 주철뚜껑을 사용했다는 내용을 제보를 통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 화성 P사가 조달청 나라장터에 한국산으로 등록한 후 저가의 중국산으로 바꿔치기 납품했다는 제보 내용은 본지가 객관적으로 확인한 사실이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이와 관련 P사는 중국으로부터 주철뚜껑을 수입해 판매하거나 폭리를 취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