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 삼일문고 대표 “책 파는 서점서 독서까지” 파격적
한국인 최초 美대륙 횡단 자전거 레이스 우승 등 이색 경력

▲ 삼일문고 김기중 북 큐레이터가 서점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책을 찾는 시민들에게 취향과 선택권을 돌려 주는 서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국인 최초로 미대륙 횡단 자전거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사람이 이번에는 지역에서 중소 서점 경영에 도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20일 구미시 원평동에 문을 연 삼일문고 김기중(45) 북 큐레이터가 주인공이다.

김기중씨는 지난 2011년 한국인 최초로 `램 RAAM 미 대륙 횡단 자전거 레이스` 2인팀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같은 해 `호주 크로커다일 트로피`에서도 한국인 최초, 아시아 두번째로 완주에 성공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중소 서점 경영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큐레이터는 “어릴적 고도비만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 당시 나의 유일한 친구가 책이었다”며 “나중에 자건거를 타면서 건강과 자신감을 얻었지만, 책을 항상 가까이 하는 습관은 그대로였다”고 했다.

그는 “퇴근길이나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서점에 들러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고르는 재미에 살았는데 3년 전 지역에 있던 중소 서점이 문을 닫으면서 그 재미를 잃어버리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고를 수 있는 재미를 잃게 하고 싶지 않아 직접 서점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한 책을 파는 서점은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 밀려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 그는 과감한 투자를 결심했다.

서점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기로 한 것이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 300평 정도 규모인 삼일문고에는 독서와 토론공간, 공연장, 전시장, 카페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곳곳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그림책, 만화책을 읽을 수있는 공간, 주부들을 위한 도서가 마련된 공간, 또 그 공간에서 간단한 간식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점은 대형서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김 큐레이터는 “베스트셀러가 분명 좋은 서적이긴 하지만 베스트셀러는 아니어도 그에 못지 않은 양질의 책도 많다”면서 “시민들이 책을 보고 그 책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서점을 만들고 싶었다. 곳곳에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도 소비자에게 그 선택권을 돌려 주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책을 파는 서점에서 도서관처럼 책을 읽게 해주는 것에 대해 우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책은 빌려 읽을 수 있는 것도 있고, 반드시 사서 봐야 하는 책도 있다. 우리 서점은 소비자의 그 선택을 존중해 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삼일문고가 이런 파격적인 서점이 될 수 있는 것은 서로의 대한 배려와 존중 때문이라고 김 큐레이터는 말한다. 그는 “이곳 삼일문고에는 `~하지마세요`라는 말은 없다. 다만 `한번에 한 권씩만 가져다 읽어주세요`라고만 적혀있다”며 “서로의 대한 최소한의 예의범절만 지키면 책과 사람 모두가 즐거워지는 서점이 될 수 있고 앞으로도 그런 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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