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카락은 큰마누라가 뽑고, 흰 머리카락은 작은마누라가 뽑아서 첩(妾) 거느리고 살다가는 금세 대머리가 된다는 옛 우스갯소리가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내년도 TK예산 확보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역의원들의 예산확보 경쟁력이 몇 갑절 더 필요한 상황이 도래했다. 여야 정당이 따로 치열한 예산투쟁 공(功) 다툼을 벌이고 있어 기대했던 시너지효과를 내기는커녕 혹여 부작용을 초래하지나 않을까 노파심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구·경북특별위원회(TK특위)가 20일 제3차 회의를 열고 TK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번 모임에서는 우원식 원내대표, 백재현 국회 예결위원장, 윤후덕 국회예결위 여당 간사,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까지 참석해 TK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의 TK공략이 형식에 불과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역현안을 잘 살펴보고 꼼꼼하게 검토해서 내년 예산에 최대한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백재현 예결위원장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소외받고 서운한 감정을 받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실제적인 성과는 앞으로 정책위에서도 뒷받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구 취수원 문제 해결 차원에서 이번 주말 구미를 방문할 예정이다.

TK특위는 홍의락 위원장이 대구시의 한국 뇌연구원 2단계 건립, 옛 경북도청 부지 매입비용 등 주요 40개 사업을, 김현권 의원이 경북의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 중앙선 복선전철화(도담~영천) 등을 주요 추진사업으로 나눠 역할을 분담했다. 지역정가는 이들의 성과를 벌써부터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지난 7월 18일 홍준표 대표와 이현재 당정책위의장 등 당 수뇌부가 참석한 가운데 소속 대구·경북 정치인들로 구성된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발전협의회(TK협의회)`를 출범시켰다. TK협의회는 8월 23일 국회에서 김용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담회를 갖는 등 내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현실적으로 SOC예산을 비롯한 내년도 TK지역 예산은 눈덩이 복지예산 충당을 위해 SOC사업을 대폭 축소키로 한 문재인 정부로부터 무더기로 가위질당할 위기에 처해, 지역에서는 `홀대론`마저 비등하고 있다. 지역예산을 확보하는 일을 오직 민심획득을 위한 경쟁수단으로만 여겨 자칫 진정성 없이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함몰돼 `될 일도 안 되게 만드는` 부작용이 없도록 때로는 `따로 또 같이` 협력할 수 있는 아름다운 집념과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백배 바람직하다. 지역민들은 누가 진심으로 지역을 사랑하는지, 사랑하는 척만 하는지 냉철하게 톺아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