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산품 판매업자, 타지서 2만3천kg 들여와 작업
“물류비용 감수하면서까지 건조하는 이유 뭔가”
주민들 `울릉도 오징어` 브랜드 도용 의심 눈초리

▲ 20일 울릉도 저동항 위판장에서 울릉도 특산품 중개업자가 반입한 육지산 냉동오징어 어체 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타지에서 잡은 오징어를 울릉도에서 건조하면 `울릉도 오징어`가 되나요?”

동해안 오징어 집산지인 울릉도에서 때 아닌 `울릉도 오징어` 브랜드 논쟁이 벌어졌다.

동해안은 해마다 5월부터 10월까지 오징어가 대량으로 잡히지 않는다. 오징어 휴어기로 오징이잡이 어민들은 이 기간 휴업하거나 서해안 또는 러시아 수역 원정조업에 나선다.

오징어를 거의 보기 힘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20일 오전 울릉수협 위판장에 대량의 오징어 처리작업이 이뤄져 지역 어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내막을 확인한 결과 울릉도산 오징어 등 특산품을 백화점 등지에 납품하는 울릉도 특산물 중개업자 C씨가 농협중앙회를 통해 다른 지방에서 잡은 냉동오징어를 구입한 뒤 울릉수협 위판장으로 운반해 어체처리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울릉군수협과 경찰에 따르면 이 업자는 오징어 976팬(1팬 24kg), 총 2만3천kg을 울릉도에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약 6만~7만 마리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울릉도 특산품 판매업자가 다른 지방에서 잡은 오징어를 대량으로 구매해, 울릉도로 옮겨와 건조한 뒤 다시 육지로 실어 내보내겠다는 의도이다.

이에 대해 울릉도 주민들은 당연히 전국 최고의 오징어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울릉도 오징어`란 상표를 부착하고 판매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물류비용 등을 고려하면 육지에서 건조하는 것이 생산원가가 적게 들어 훨씬 가격 경쟁력이 높은데 굳이 울릉도까지 들어올 이유가 없다는 논리이다.

`울릉도 오징어`는 울릉도 앞바다에서 갓잡은 싱싱한 오징어를 청정 해풍으로 건조시킨 것으로 울릉도 주민들은 브랜드 자존심이 대단하다.

그런데 외지산이고 그것도 냉동오징어를 건조시킨 뒤 `울릉도 오징어`로 둔갑 판매됐을 경우 명품 `울릉도 오징어`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어민 A씨(63)는 “육지에서 울릉도에 들여와 건조 후 다시 육지로 내보내려면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며 “물류비용을 감수하며 울릉도까지 들여와 건조하는 것은 당연히 `울릉도 오징어`로 비싸게 팔기 위한 수단이다”고 지적했다.

울릉수협관계자는 “울릉도 오징어로 둔갑할 염려는 없다”며 “그 이유는 오징어를 건조할 때 사용하는 `탱기`에 울릉수협이 인증하는 마크가 들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어민 A씨(60)는 “울릉도 오징어에 탱기 표시는 의미가 없다”며 “당연히 울릉도 오징어라고 생각하고 납품받거나 아니면 알고도 울릉도산이 귀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속여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에 철저한 브랜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릉/김두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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