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인 결핵 원인 아닌
`패혈증`으로 사망
10년 만에 진실 밝혀져
법원, 대구가톨릭병원에
“위자료 3천만원 지급하라”

결핵으로 오랜 기간 투병하다 숨진 것으로 알려졌던 아동문학가인 고(故) 권정생<사진> 선생이 의료사고로 숨진 사실이 법원 판결로 뒤늦게 밝혀졌다.

고 권정생 선생은 `몽실언니`, `강아지 똥` 등의 베스트셀러 동화로 유명하다.

그는 10년 전인 2007년 5월 17일 대구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권 선생은 숨지기 한 달여 전 집이 있는 안동시 일직면의 한 교회에서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대구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가족들이 병원을 방문했을 땐 권 선생의 병환은 호전된 상태였다고 한다.

가족들은 혹시나 상태가 악화되면 급하게 연락해 줄 것을 병원 측에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권 선생은 1주일이 지난 2007년 4월 9일 퇴원했다.

그런데 같은 해 5월 16일 해당 병원에서 정기검사를 받은 후 이튿날 숨졌다.

당시 작가장(葬)으로 치러진 그의 죽음은 폐결핵 합병증이라는 소문만 돌았다.

그는 1966년 신장결핵 진단을 받고 오른쪽 신장 등을 적출하는 등 오랜 기간 투병하며 치료를 받고 있었다.

권 선생의 죽음에 대한 베일은 제약회사에 다녔던 조카 권현웅(48)씨의 노력으로 밝혀졌다.

권씨는 8년이 지난 2015년 5월께 삼촌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진료기록을 확인한 결과, 균이 침투해 발생하는 `패혈증` 증상이 나타났다는 점을 의심했다.

이에 권씨는 전문 기관에 자문을 받아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지법 민사부(재판장 이윤호)는 지난 7월 14일 고 권정생 가족이 제기한 대구 카톨릭병원과의 의료사고 소송에서 “방광조영촬영 시술 전 항생제 투여를 하지 않고 위험성에 대한 설명 의무도 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며 “병원 측에 대해 권 선생의 가족 6명에게 1인당 500만 원씩 총 3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소송에서 피고와 원고 측 모두 항소를 포기해 1심 판결로 확정됐다.

고 권정생 선생의 유족들은 “의료기관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보상 등 법적 책임을 떠나 영원히 묻힐 뻔한 억울한 죽음이 밝혀진 사실에 의미가 있다”면서 “아직 살아 계셨다면 아이들에게 교훈이 되는 글을 더 많이 남겼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석현 권정생 어린이문학관 사무국장은 “평생 아동들을 위해 헌신한 권 선생이 하나님이 불러 귀천(歸天) 한 것이 아니라 의료인의 실수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분노와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정생 선생은 가난 때문에 가족들과 헤어져 어려서부터 나무·고구마·담배장수 등으로 힘겹게 생활했다.

1967년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에 정착해 마을의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종지기가 됐다.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해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1975년엔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도 받았다.

자신이 쓴 모든 책의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주자는 그의 유언에 따라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돼 추도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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