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실업급여와 출산전후 휴가급여에만 5년간 4조2천215억 원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최교일(영주·문경·예천)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재정소요 추계` 결과다. 과도한 국가부담을 감안해 속도조절을 고려하는 한편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업급여는 적어도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하도록 관련 법률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리면 그와 연동해 실업급여 지급액도 증가한다. 예산정책처는 최근 결정된 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 7천530원을 반영했고, 이후부터 2022년까지 연 평균 9.15% 인상될 경우 관련 법령에 근거한 직접효과와 간접효과로 나누어 조사를 진행했다.

2019년 이후 9.15%씩 올리면 내년 7천530원인 최저임금은 2021년 9천792원, 2022년 1만687원이 되기 때문에 문 대통령 공약보다 1만원 도달 시점이 2년 늦다. 따라서 정부가 `2020년 1만원`을 밀어붙일 경우 예산정책처 추계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과 연동돼 있는 각종 정부 지원금은 31가지 제도에 이른다. 감염병 사망자 일시보상금, 용역계약 노무비, 사회보장급여, 휴업급여, 상병보상연금, 직업훈련수당, 진폐보상연금, 장애인고용장려금,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특별재난지역지원금 등 관련법상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하게 돼있는 각종 재정사업들은 지원 대상자가 매년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을 들어준다는 명목으로 내년에만 3조원의 재정을 기업에 직접 지원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예산정책처는 이것만 해도 향후 5년간 28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추계치를 발표한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직·간접적으로 연동된 수십 개의 재정사업 중 현시점에서 추계가 불가능한 다른 사업까지 다 더하면 그 금액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에 대해 `해당 근로자 중 빈곤층 가구 비율은 30.5% 그친다`는 지적과 함께 `임금격차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 `기업의 인력감축이 불 보듯 뻔하다` `현재 수준도 세계 중상위권이다`는 등 비관론이 있어왔다. 민주당 경제브레인인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마저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추진과 관련 “근거도 주체도 없다”는 날선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문재인정부는 지금이라도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불러올 부정적 여파를 세세히 꼼꼼히 따져보고 정책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제아무리 `꽃길`이라고 해도 그 전도(前道)에 무수한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턱대고 내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