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은 19일 “공무원 증원은 정부 계획에만 따를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인원에 한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권 시장은 내년도 예산운용 계획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공무원 17만 명 증원`이라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무턱대고 따를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대구시 살림이 내년에 더 궁색해 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권 시장은 내년도 예산 편성 때는 시장업무 추진비부터 20% 삭감하는 등 예산의 다이어트화를 주문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대비 7.1% 늘어난 429조 원으로 확정했다. 그 중 보건, 복지, 노동 등을 총칭하는 복지예산은 146조2천억 원이다.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12.9% 증가했다. 전체 예산에서 복지예산규모는 34%로 늘어난 것이다. 고령화 사회 진입과 사회 양극화 해소 등 복지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복지예산 증가가 불가피 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복지 예산의 상당수가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간의 매칭사업으로 구성돼 있어 지방 자치단체 예산 운용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겪는 공통의 애로점이다. 중앙정부가 복지사업을 만들어 내면서 지방의 입장이나 형편은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자치단체로서는 각자 도생의 길을 찾으려면 긴축 살림은 불가피하다.

대구시도 내년부터 향후 5년간 국비에 매칭 할 지방비가 7천912억 원에 이른다. 일반행정직 772명, 사회복지직 45명, 소방직 832명 등 총 1천649명의 공무원을 증원해야 하고 정부 계획대로 인력이 충원되면 인건비가 현재보다 2천49억 원이 추가되는 것.

복지사업은 정부가 발표하면 주민들의 관심과 욕구가 높아 지방자치단체로선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대구시가 공무원 증원에 신중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시는 공무원 증원에 대한 적정 조정으로 발생하는 예산을 복지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권 시장은 전액 지방비로 충당되는 공무원 증원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면서 이참에 대구시와 8개 구군, 산하기관까지 구조조정을 목표로 직무의 전면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시의 내년도 재정운용이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중앙정부는 자치단체에 수반되는 예산상의 문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하여야 한다. 정부가 만든 복지사업은 자치단체의 분담금으로 돌아오고 결국은 자체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상당수 자치구의 복지예산이 전체예산의 40%를 넘는다고 한다. 자치가 실종되는 일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권 시장은 대안으로 지방분권을 꼽았다. 그러나 지방분권이 현실화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허리가 휘게 될 대구시 예산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