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요즘 한국 기업들이 어렵다. 이리저리 몰리면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우선 롯데의 이전투구가 불쌍할 정도다. 지난 6개월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롯데마트 112개 점포 중 87곳이 영업정지 돼 있는 상태다.

연말까지 피해액 1조가 예상되며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든 상황으로, 중국 롯데마트 112곳을 전부 매각하는 협상에 들어갔다. 제 값에 팔 수 있을지도 요원한 상황이다.

롯데는 국가 안보를 위해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한 죄로 중국 보복의 타깃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나 국민으로부터 성원이나 위로의 말 한마디 못 듣고 있다. 사드의 설치 자체가 아직도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롯데의 손실은 관심의 초점을 잃은 듯한 모양새다.

사실 롯데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사드를 설치하려면 누군가 부지를 제공해야 하고 그것이 우연히 롯데의 땅이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무차별적인 보복을 하고 있다. 더구나 도움을 줘야 할 정부도 30년 점용 허가 기간이 끝나는 서울역과 영등포역의 국가 귀속을 갑자기 발표했다. 롯데백화점 또는 롯데마트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근로자 등은 대책도 없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국가 신인도와 한국 홍보에 공헌한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고, 그것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지금 한국 기업들은 외롭다. 비단 롯데뿐만이 아니다.

현대기아차도 중국에서 사드 보복을 겪으며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반으로 줄었다. 작년 중국 시장점유율 6위를 차지했으나 현재 13위로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노조의 집요한 도전으로,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다. 사드 보복이란 이유가 없는 미국시장도 주저앉고 있다. 사드보복, 집요한 노조, 그리고 미국시장에서의 고전으로 역시 사면초가이다.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뒤 현대기아차의 중국 철수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합자법인인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베이징기아차가 갈등을 벌이면서 8월 말과 9월 초에 일부 공장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또 기아차 중국 딜러들이 회사를 상대로 판매부진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청한 데 이어 현대차 중국 딜러들도 회사에 불만을 표출하거나 현대차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기아차 역시 중국 사드 보복으로 판매부진을 겪으면서 생산 및 판매망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권의 집권으로 과거 보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현대에 대한 냉소도 심화될 전망이다.

삼성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총수는 장기 식물인간, 그리고 CEO는 수감 중이다. 정치적 냉소는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불행 중 다행인지 그럼에도 삼성은 최근 반도체에서 인텔을 초월해 세계 1위가 되었다는 소식은 있다. 그러나 삼성의 고민과 외로움은 깊어갈 전망이다.

요즘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업을 접고 싶다”고 넋두리를 한다. 기업을 키워놓고 보니 온갖 규제와 제재, 조사에 시달리게 되고 설사 돈을 벌어도 국민들 동정도 못 얻고 내몰린다고 한다.

기업인들은 “공장을 증설하기로 해도 한국에서는 아니다”라고 한다. 반기업 정서와 일부 극단적인 노조, 여기에 동조하는 정치권과 정부의 기류에 기업들이 외로움이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기업들은 외롭다.

이제 민생 최전선에서 뛰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우리의 성원과 사회적 대접은 과연 어떤 것인지 자성해 봐야 한다.

한국의 기업이 외롭도록 내 버려 두어선 안 된다. 기업이 외로워지면 곧 우리의 경제도 세계로부터 외면받고 외로워지고 결국 우리 민생도 외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