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연극협회 주최
제1회 `늘청춘 연극제`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
주인공 `서일`역 맡아
27~28일 대구봉산문화회관

▲ 원로 연극인 김삼일씨는 “열심히 힘이 있는데까지 무대를 빛나게 하겠다”라며 연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포항 지역의 원로 연극인 김삼일씨는 대구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제1회 늘청춘연극제` 첫 주인공 역을 맡게 된 것을 기뻐했다. 올해 만 73세. 성우로 출발해 배우, 연출자 등 53년의 연극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이번 연극에서 비극으로 생을 마감하는 악극단 출신 노배우로 분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여전한 연기 열정으로 도전을 감행한 노익장의 활약은 연극을 더욱 반짝이게 만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방이후 사회 냉대 겪으며
힘겹게 살아 온 악극단 출신
신파 배우 일생 사실적 묘사
이시대 노년층 외로움 대변

19일 연극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연습 현장에서 김삼일씨와 만났다.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는 해방이후 오늘까지 한 악극단 출신의 배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파 배우의 일생을 그린 연극이다. 극중 김삼일씨는 청년기에 데뷔해서 6·25를 지나고, 사회 냉대를 이겨내면서 오늘날까지 슬프고, 서럽게 살아온 배우 서일 역을 맡았다.

이번 연극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원로연극인을 무대에 올리는 연극제 취지와 자존심과 양심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평생 연극 인생을 살아온 원로배우의 일대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근삼 작가의 역작이란 점에 끌렸다고 답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모든 면이 끌렸다”며 “친구로 출연하는 원로연극인 홍문종씨와 이국희 연출자 등 모두 멋진 팀으로 꾸려졌다”고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연극배우의 고단한 삶을 드러내는데 그치지 않고 노배우 서일을 통해 이 시대 대다수 노년층의 외로움과 무력감을 대변해 그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죠. 또한 작품 속에 드러나는 극단 동료 판실이의 장례식, 서일의 죽음, 서일의 어려운 생활상을 통해 이 시대 대다수 노년층의 외로움과 무력감을 대변하고 우리의 삶도 연극처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죠. 이런 작가의 연출 의도를 따라가는 것이다보니 오랜만에 연극의 새로운 묘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는 27, 28일 공연되기 전부터 김삼일씨의 연극무대로의 `회귀`는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한 연극인으로서 사회의 냉대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온 또 다른 배우의 인생을 표현한다고 상상하니 너무 좋았다”며 “같이 출연하는 대구지역 최고 원로 연극인 홍문종씨와 호흡을 맞춘다고 생각하는 더욱 힘이 난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2040 남성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기획이 쏟아지는 요즘 연극판에서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는 70대 배우 김삼일씨가 중심에 있는 흔치 않은 사실주의극이다. 김씨가`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데에는 이 역시 크게 작용했다.

김삼일씨는 이번 연극에 대해 “ `나를 사랑한 사람들, 나를 외면한 사람들, 그리고 관객여러분 모두 안녕히 가십시오.` 라는 마지막 독백같이 이근삼 작가는 요즘 연극이 `인간부제`라고 비판한다. 작가의 말을 빌면 `관객을 깜짝 놀라게만 하려다 보니 무대에 쇼적인 테크닉과 화려함만 가득해, 어떤 인간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는 없고 사건만 벌어진단 말이야`라고 지적한다”라며 “이렇듯 화려한 뮤지컬과 저급 코미디물에 밀려 점점 더 설 땅을 잃어가는 요즘, 대구연극계와 순수연극에 대한 비판이 평생 연극을 지켜온 노 작가의 마음이 아닐까한다”고 답했다.

“아마 서울 대학로에선 좀더 현대적인 노인이야기를 펼쳐낼 수도 있겠고 그런 연극을 하는데 우리는 일단 나이가 들면 그런 기획을 아예 안 하잖아요. 그래서 이번 연극을 기획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너무 고마웠어요. 그래서 연습을 하면서도 좋았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김삼일씨의 차기작은 김씨의 전공이랄 수 있는 경산시립극단과 다음달 12~14일 공연할 차범석 작`산불`의 연출이다. 김씨에게 `산불`은 1989년 포항의 극단 은하단원들과 대한민국연극제에 출전해 연출상을 안겨준 의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연기도 좋고 연출도 좋다.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는 배우나 이들을 진두 지휘하는 연출자나 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연극인의 일에는 굉장히 새로움이 있다”며 연극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고백했다.

연극 `어떤 노배우의 마지막 연기`는 오는 27, 28일 오후 8시 대구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공연된다.

※연극인 김삼일씨 프로필

△1942년 울산 출생 △1963년 KBS 포항방송국 전속 성우 1기생 △1964년 대구에서 여러 연극인들과 극단 태백산맥 창단,`나는 자유를 선택했다`에 주인공 역으로 연극에 입문 △1965년 포항에서 극단 은하 창단 △포항시립연극단 연출자(1983년~2012년) △`햄릿`,`산불`,`원효대사`,`맹진사댁 경사`등 연극 160여 편 연출 및 출연 △제24회 경북문화상, 1985년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1989년 전국연극제 연출상, 2004년 조선일보 이해랑연극상, 2005년 MBC 제1회 홍해성 연극상, 2007년 경북연극대상, 2009년 대한민국자랑스러운 연극상 수상 △현재 포항시립극단 명예연출자, 경산시립극단 객원연출자, 포항 김삼일자유소극장·경산 판소극장 운영, 대경대 석좌교수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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