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전담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치와 운영에 대한 밑그림이 드러났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독립적인 특별수사기구인 공수처 신설을 권고하고 관련 법률 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판검사, 장성급 등 고위공무원의 비리와 부패 수사를 전담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엄정한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가 관건이다.

공수처 신설은 국가청렴도를 높여 진정한 선진국가로 가기 위한 필수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70~80% 이상의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공수처 설치에 찬성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썩은 나라`로는 미래가 없다는 인식의 발로로 해석된다. 지난 2015년 국제투명성기구(CPI)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6점을 얻어 OECD 34개국 중에서 공동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CPI는 50점대 국가들을 `절대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평가했다.

물론 공수처 설치는 비대해지고 방만해진 검찰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개혁의 핵심과제이기도 하다. 그 동안 검찰은 정치적으로 엄정중립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도,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법치국가의 으뜸가치도 지켜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공수처는 한마디로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는 사정기관의 핵심이다. 검사 50명을 포함해 수사 인원만 최대 122명에 달해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를 능가하는 매머드급 조직이다. 공직자 수사에 우선권이 있고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지니는 등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다. 물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아무리 좋은 칼이라도 칼자루를 누가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고약한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고안에는 추천위원회, 인사위원회, 인사청문회 등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몇 가지 장치들이 포함돼 있다. 중요한 것은 구성뿐만 아니라 운영단계에서도 공수처 스스로의 부조리나 편파성을 지체 없이 낚아내어 시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공수처의 존재가 `청렴한 국가`를 담보한다고 믿는 것은 큰 오산이다. 국가청렴도 1위에 빛나는 덴마크는 공수처와 같은 특별수사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투철한 언론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2위인 핀란드는 유리알 같은 세금기록 공개가 청렴한 나라를 일궈냈다. 3위인 스웨덴은 이미 250년 전에 세계최초로 `모든 행정 공개`라는 완벽한 투명성의 원칙을 세웠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시대적 사명과 국민적 여망이 담긴 공수처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길 기대한다. 그 어느 세력도 그 추상같은 `독립성`과 `공정성`에 흠집을 내지 못하도록 겹겹 다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