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순 자

횡계리 산간마을

노파가 황태를 말린다

덕장에서 건조시켜온 수십 년의 세월

바람결에 실려 온 짠 물기에 몸속이 젖었다

맑은 물에 씻어 허욕의 피, 삶의 찌꺼기를 뺀

속이 빈 명태

통통한 몸이 세월의 한기에 얼었다가 풀리는 나날

속살, 속마음을 건조시키는 바람이 분다

젊음에 펄럭이던 몸 짠내에 젖어

뜬눈으로 추억을 말린다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아스라한 심해의 기억이

얼어 들어간 살 속을 파고든다

서서히 말라가는 지느러미

휘청이는 노인의 디딤돌이 되어

아들이 노파 곁에서 황태 비늘을 턴다

눈가루처럼 흩어지며 빛나는 노인의 살비늘을

수많은 시간을 얼리고 녹이고 하면서 완성되는 황태를 바라보면서 시인은 어머니의 시간, 그 그윽한 생의 깊이를 들여다보고 있다. 속마음을 건조시켜 추억을 말린다는 시인의 말은 깊은 감동에 이르게 한다. 늙은 어머니의 몸이 품고 있는 생명의 끈질김 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