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
▲ 김동찬 김천대 교수

지난 11일 서울 204번 시내버스에서 버스 운전기사가 어린아이 혼자만 먼저 내린 것을 확인한 뒤 뒷문을 열어 달라는 엄마의 요구를 무시했다는 내용의 글이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아무 잘못 없는 버스기사가 직업을 잃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뻔했다. 버스에서 하차한 아이는 7살이었고, 이 또한 아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하차했으며 300m도 안 되는 다음 정거장에 내린 보호자와 무사히 연락해서 만날 수 있었다. 이후 사건 전후 상황을 면밀히 조사해 본 결과, 최초 유포자의 말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아이가 사람들에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내렸다는 말은 정류장 CCTV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아이 엄마가 내려달라고 호소했을 때, 버스기사가 대꾸도 없이 차를 몰았다는 말 또한 버스 기사는 친절하게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드리겠다고 안내했다. 버스 기사가 욕설을 했다는 말도 버스기사는 욕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예전의 쓰레기 만두 사건, 채선당 임산부 사건, 푸드코트 화상 사고, 선릉역 짬뽕 사건, 세 모자 성폭행 조작 사건처럼, 이번에도 예외없이 “버스기사를 해치겠다”는 식의 극단적 위협과 모욕 댓글이 수천 개의 공감표를 받고, 일부 네티즌들은 언더도그마적 선입견에 근거해서, 거짓 목격담이나, 상상에 기반한 거짓 상황 묘사 등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2차, 3차 유포하는 행태를 부렸다. 특히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의 집단지성을 자칭하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유언비어가 재생산되었다. 왜곡된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경위 안 가리고 마녀사냥 하다가 진실한 사실이 밝혀지면 최초 유포글에 동조한 사람들은 사과 한 마디도 없이 사라지거나 여전히 뻔뻔함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1912년 4월 14일, 거대한 타이타닉호가 바다에 침몰하면서 1천514명이 사망했고 710명이 구조되었다. 사고 당시 38세였던 타이타닉호의 이등 항해사 찰스 래히틀러는 구조된 승객을 책임지기 위해 선원 중 유일하게 구조되었으며 그는 타이타닉호 참사 과정을 담은 회고록을 출판했다. 찰스 래히틀러 뿐만 아니라 로렌스 비슬리라는 교수도 회고록을 출판했는데, 두 사람의 회고록에 공히 생존자로 등장하는 일본인 호소노 마사부미 또한 240번 버스 운전기사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직장을 잃고 쓸쓸히 생을 마감해야 했다. 찰스 래히틀러는 호소노 마사부미가 비겁하게 살아남기 위해 여장을 하고 구명보트에 탔다고 회고했으며, 로렌스 비슬리는 호소노가 다른 사람을 밀쳐내고 구명보트에 올라탄 비열한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RMS 타이타닉 재단에서 로렌스 비슬리가 이야기한 동양인은 일본인 호소노가 아닌 중국인이었다고 밝혔으며 호소노 마사부미는 사건 당시 구명보트에 남아있는 마지막 한자리에 정당하게 탑승해 구조되었다라고 호소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었다. 하지만 호소노 마사부미에겐 회복 될 명예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오히려 호소노 마사부미는 타이타닉 참사 과정에 비겁하게 살아남은 부끄러운 일본인으로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에 관한 특정인의 주장의 근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논쟁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양쪽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서 교차검증 해야 한다. 또한 글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함부로 추론해서도 안 된다. 집단 광기에 언제까지 속아 넘어갈 것인가? 이러한 집단 광기로 인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해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거짓 선동에 넘어가지 않을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사고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시대이다. 거짓 선동에 속아넘어가면 갈수록 이 사회는 혼탁해지고 추악해져 갈 뿐이다. 냉철한 이성이 더욱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