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잇는 삶의 가치 실천
풍산 류씨 우천종가 학문적 전통
집 안 팎으로 베풀며 더불어 삶
효제 근본 제사 받든 이야기 소개
오늘부터 상주박물관 기획전시실

▲ `섬김과 나눔의 큰집, 종가` 공동기획전 포스터.

【상주】 “마당에서 떡을 치는데, 시어머니가 문을 닫으시래요. 머슴이 급히 먹다 맥히면 죽는다고. 내가 안 보면 급히 안 먹는다고 그래서 당신이 피한데요.”

이준규(75) 진양 정씨 우복 정경세 종가 14대 종부가 전하는 일화다.

상주박물관(관장 전옥연)과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9월 18일부터 12월 25일까지 상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섬김과 나눔의 큰집, 종가` 공동기획전을 개최한다.

상주의 종가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섬김과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온 종가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임란일기(보물 제1003호)`, `월간 창석 형제 급난도(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17호)`, `효곡재사 현판`, `백비탕 그릇`, `도남서원 사적` 등 120여 점의 자료도 선보인다.

종가는 불천위 조상을 중심으로 한곳에 터를 잡아 대대로 내려온 큰집이다.

상주는 도내에서도 종가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며, 상주 지역에 자리 잡은 열여섯 종가들은 학덕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가통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는 섬김의 마음으로 종가를 지키며, 가문을 넘어 지역사회에 나눔을 전해 온 상주 종가의 참모습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종가의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 마련했다.

제1부는 `학문으로 뿌리내리다`로 유학을 바탕으로 학문에 정진해, 상주 학맥으로 뿌리내린 종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문묘배향 행사를 그린 유일한 기록화인 `성정계첩`을 비롯해, 서애 류성룡의 학맥을 잇는 `삼선생 수적 주절주해`, 풍산류씨 우천종가의 학문적 전통을 엿볼 수 있는 서애 류성룡의 `경상` 등이 소개된다.

특히, 영호남의 소통을 이끈 학자 우복 정경세 종가의 대산루 `공(工)`자 벽은, 학문에 대한 종가의 열정을 잘 보여준다.

제2부는 `마음으로 섬기다`로 효제를 가훈으로 삼아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의 우애를 나누며, 자손 대대로 제사를 받든 종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산 송씨 우곡 송량을 모신 효곡재사 현판을 통해서는, 지극한 효성으로 마을 이름이 바뀐 사례를 알 수 있고, 임진왜란 당시 왜적에게 쫓기는 상황에서도 아픈 동생을 업고, 백화산을 넘어 살아난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월간 창석 형제 급난도`는 형제간의 돈독한 우애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제3부는 `나눔으로 실천하다`로 집 안팎으로 덕을 베풀어 나눔을 실천한 종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러 종가가 함께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의료기관인 존애원과 교육 기관인 도남서원의 자료들을 통해 그들의 나눔과 실천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임진왜란 당시 상주의 상황을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임란일기는 종가의 사회적 역할을 짐작케 한다.

/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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