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탄핵 6개월여 만에 2012년 이래 당의 최대 주주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했다. 친박(친박근혜)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겨냥한 `핀셋 청산` 카드도 꺼내 들었다. 친박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여론 떠보기 식 `인적 청산` 쇼만으로는 한국당이 거듭날 수는 없다.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새로운 `보수이념`을 정립하고 실천에 나서야 비로소 민심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은 13일 3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류 위원장은 `인적 쇄신`의 일환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또 친박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계파 전횡`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당적을 정리할 것을 권고했다.

류 위원장은 “`자진 탈당`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헌·당규에 따른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홍준표 대표가 혁신위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약간 다른 소리를 낸 것이다. 홍 대표는 “집행여부는 당의 중지를 모아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전후인) 10월 중순 이후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친박계의 반발을 고려해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실무절차만 남았을 뿐 박 전 대통령 출당의 방아쇠는 이미 당겨졌다는 관측이 많다.

친박계는 발끈했다. 이날 최고위·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 친박 김태흠 최고위원은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하며 치받았다. 홍 대표는 `혁신위의 독립성`을 거론하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인적쇄신안을 반대하면 `반(反)혁신`으로 몰릴 판에 구심점을 잃은 친박계가 집단 저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당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처절한 자세로 낱낱 허물에 대한 치열한 `반성`과 감동적인 `혁신`의 길을 가야한다. 문제는 그 첫 관문인 `인적 청산`의 규모와 내용이 과연 국민들에게 인정받을만한 수준이냐는 것이다. 이미 시중에는 `서청원·최경환 의원 두 사람을 희생양으로 나머지 친박들에게 면죄부를 주기로 딜(거래)이 끝났다`는 말이 나돈다. 여차하면 중상(重傷)만 남고 이미지는 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수대통합`도 그렇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보수이념`에 대한 재정립과 실천 없이 정치역학만을 계산한 정략적 통합논리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성공 가능성도 없다. 떠도는 보수민심을 담아낼 새로운 보수주의의 청사진을 내놓고 `정책정당`으로서의 실천의지를 인정받아야 한다. 민심이 공감하지 않는 통합 주장은 공염불일 따름이다. 뼛속까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 전에는 `민심회복`은 어림없는 꿈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한국당은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