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무

검붉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이참에 아예 뿌리를 뽑겠다는 듯

들어올려진 생활에

거듭 삽날 들이대며

농성중인 가을

나는 저 분노한 가을이 쳐놓은

추억의 바리케이트를 뚫고 나갈 재간이 없다

아름다운 색깔로 물드는 가을인데도 시인의 인식은 어둡고 칙칙하기 이를데 없다. 그것은 들어올려진 생활 때문이다.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태를 말한다. 농성중인 가을이나 분노한 가을이라는 부분에서 그런 절망적이고 어두운 내면세계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