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과거라는 판도라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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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7.09.13   게재일 20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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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자연의 경고에 세계가 혼란스럽다. 하비(Harvey)와 어마(Irma)! 이들은 미국을 강타한 슈퍼 허리케인들이다. 시속 253㎞! 숫자로만 보면 레이싱 경주 대회의 속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바람의 속도라면 어떨까?

지난 주 인터넷에서 본 사진 중에서 필자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사진이 있었다. 그것은 하비를 피하려는 피난 행렬을 찍은 사진이었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차량들의 모습은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망연자실한 사람들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이제 재난 영화들의 내용이 잠차 현실화 되고 있다. 그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지, 그리고 자연 앞에서 인간들이 얼마 나약한지를 우리는 하비와 어마를 통해 봤다.

굳이 전문가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하비와 어마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우리는 잘 안다.

그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는 이기적인 인간들이 만든 인재(人災)이다. 자연은 좋게 말로 할 때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지 말라고, 그리고 최대한 빨리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배려는 없다고 인간들에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오로지 자신의 욕심 채우기에 급급한 인간들은 자연의 엄중한 지적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인간은 금방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연은 자신들이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분명 오래 기억할 것이다. 오늘도 자연은 계절너미를 통해 인간에게 순리(順理)란 무엇인지, 또 순리대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자연은 순리가 가능한데, 인간은 왜 불가능할까. 순리와 같은 말은 자연스러움이다. 자연스러움의 반대말은 인위적이다. 인위(人爲)란 자연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진 일을 말한다. 사람들이 하는 일 중 가장 인위적인 것은 거스름이다. 거스르는 것이 곧 발전이라고 착각한 우둔한 인간들은 경쟁적으로 거스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한 개발지상주의다. 개발을 하려면 희생이 필수적이라는 변명과 함께 인간들은 오늘도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나경이가 말한다. “아빠, 아파트도 많은데 왜 또 산을 깎아서 아파트를 지어? 분명 학교에서는 자연을 보호하라고 하면서 왜 어른들은 안 지켜?”

아이에게 어떤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필자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필자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던 동네 산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산보다 더 높은 아파트 단지가 세워지고 있다. 입주민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숨이 멎는 통증을 느낀다. 그걸 지켜보는 아이의 마음이야….

인간의 인위적 모습을 가장 잘 고발하는 것이 뉴스다. 그래서 새 정부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두통에 시달린다. 필자는 새로운 정부를 생각하면 “과거”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정부의 국정 운영 목표는 과거에 맞춰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관료들의 입에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비정규직 제로와 같은 선심성 말로 아픈 사람들을 더 아프게 할뿐, 과연 현 정부가 지금과 미래를 위해 하는 게 뭐가 있는가?

나랏일 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갑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국민이 점점 많아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과거도 중요하지만 이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떨까.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열고 있는 과거의 판도라 상자 속 악귀들이 하비와 어마보다 더 강력하게 자신들을 복수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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