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선 희

병들이

병명을 자랑하는

줄이 길다

병을 약수로 씻고

병을 약수로 씻고

병을 약수로 씻고

맑고

맑고

더 맑아져서

산을 내려가는 사람들

나도

병에

병에

병에

약수를

찰랑찰랑

찰랑찰랑

이 시에서 병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게 된다. 약수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병(甁)과 몸이 아픈 병(病)이라는 의미를 각각 적용하며 시를 읽어도 재밌다.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간절히 병이 낫기를 바라며 약수를 마시거나 병에 담아 산을 내려가는 사람들, 지독한 아픔과 죽음을 넘어서려는 소망이나 의지가 나타나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