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두 고

돌담 너머 푸른 대춧잎 사이로

대추보다 먼저 꾀죄죄한 이웃들이 열린다

한 가닥 연기도 없이 꾸리는

초라한 점심 때

이제는 대추나무 껍질 같은 청기댁 아제

홀로 남은 멀미댁 아지매요

품 밖의 자식들은 늘 까마득하고

품 안의 신경통만 총총한 간밤엔

멧돼지만 또 찾아와 감자밭을 헤집고 갔다고요

시인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섶재는 여러 가지 부재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초라하고 가난한 이웃들이며, 별로 소담스런 소득이 없는 농촌 현실들에서 시인은 피폐해져가는 농촌 공동체를 안쓰럽고 아픈 시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이 그려내는 고향마을의 쓸쓸한 현실은 비단 시인의 고향마을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가슴 아프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