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피로감 들고 기억력 감퇴·어지럼증 등 증상
충분한 수면·적당한 운동 등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호전

“피곤하다, 피곤해”

포항지역 금융업계에서 7년 가까이 일해온 직장인 박기영(38)씨는 평소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사무실에 출근한 뒤부터 온종일 피곤을 호소한다. 미혼인 그는 퇴근 후엔 주로 거실에 누워 TV를 보거나 휴식 시간을 가지지만 늘 무기력감을 느낀다고. 박씨는 “주말에는 틈틈이 잠을 많이 자는데도 몸이 뻐근하고 찌뿌둥하다”며 “피곤함 때문인지 업무 외엔 다른 어떤 일에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왜 자꾸만 피곤을 느끼는 걸까.

흔히 잠이 부족하거나 과로하면 피로를 느낀다. 이런 경우 보통 휴식을 취하면 피로감이 줄어든다.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른 원인이 있는지 살펴볼 때다.

만약 6개월 이상 피로감이 계속 이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기억력 감퇴, 수면장애, 근골격계 통증 등이 동반될 경우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체중 감소와 우울, 불안, 손발이 저리거나 찬 증상, 어지럼증, 호흡곤란, 식욕 부진, 소화 불량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아직까지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주로 우울감이나 스트레스처럼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으로 보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을 포함한 각종 감염증, 신경호르몬계의 이상, 신경전달물질 분비 이상, 미량영양소 부족, 독성 물질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정 원인이 없는 만큼 치료에도 특별한 원칙이 정해져 있진 않다. 증상 호전에 중점을 두고 치료한다면 항우울제를 처방하거나 미량영양소 공급을 시도하기도 한다.

특이한 증상이 없는 한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만으로 호전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다. 가급적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들며 주위를 깜깜하게 하고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다.

스트레스만큼 정신건강에 해로운 것도 없다. 가벼운 산책이나 취미생활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게 운동이 오히려 피로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여겨 권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점진적 유산소 운동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걷기·자전거 타기·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하루 10분씩 시작해 5분씩 늘려가며 주 5일간 30분 이상 할 수 있도록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 도중에 피곤함을 느끼면 다시 운동량을 줄이는 식으로 매우 천천히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비타민 D 합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팔다리를 노출해 야외에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운동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업무 우선순위를 정해 가장 기운이 넘칠 때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비교적 덜 중요한 일은 미루는 것도 피로감을 줄이는 하나의 요령이다.

정제되지 않은 곡류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와 지방이 적은 순 살코기, 생선류 위주로 골고루 먹어야 한다. 하루 8~10잔의 물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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