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차분양 10%대 그쳐
예상 외 실적에 지역은 비상
차부품·전기차 등 주력업종
대부분 중국 수출에 의존
“사드 역풍에 투자심리 위축”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이 구미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분양한 구미 국가산업 5단지의 분양신청이 저조한 이유가 알려진 것처럼 고분양가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사드보복이 원인이라는 것이 지역 경제계의 분석이다.

구미 국가산업 5단지는 현재 1단계 기반조성 공사가 마무리 단계이다. 산동, 해평면 일대 933만9천㎡ 규모로 개발 중이다. 산동면 일대 375만4천㎡(114만 평)에 대한 1단계 조성 사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1단계가 어느정도 분양이 되어야 2단계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1단계 분양 흥행이 지역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한국산업단지공단에 위탁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처음으로 산업용지 분양신청을 받았으나 신청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분양 우려마저 낳고 있다.

분양 대상인 23개 필지, 14만8천㎡ 가운데 분양신청이 들어온 것은 4개 기업이 3개 필지, 2만여㎡가 전부다. 한국수자원공사는 5단지 분양을 신청한 4개 기업에 대한 입주심사를 오는 15일까지 진행한 후 18일부터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오는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2차 분양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처럼 분양 열기가 예상 외로 저조하자 구미시 등 지역 경제계는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분양신청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원인으로 비싼 분양가를 들지만 실제 원인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달호 구미상공회의소 경제조사부장은 “장기화된 경기 불황에다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 소식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한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어 “구미 5단지 유치 주력업종이 자동차 전장부품, 전기자동차 등이어서 중국과의 무역거래 성공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지금 당장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분석이다.

소나타, 엘란트라로 중국에서 잘 나가던 현대차가 최근 사드 보복으로 인해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베이징현대의 올해 7말까지 누적 판매량은 42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 부장은 “사드로 인한 구미지역 기업들의 피해는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동안 구미시가 추진해 온 산업구조다변화 등의 정책측면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어진다면 기업들의 투자에 먹구름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치적 쌓기를 노린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에도 따가운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 출신 의원들이 마치 국가공단 분양가가 내릴 것처럼 기대감을 부풀리는 것도 분양열기를 가라앉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구미지역의 백승주, 장석춘 국회의원은 지난 7월 7일과 8월 17일 `구미 5단지 분양가 인하 청신호 켜다`, `분양가 실질적 인하 성과 도출`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마치 분양가가 조만간 내리는 것처럼 지역에 알렸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을 면담해 분양가 인하를 논의했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다.

백승주 의원이 말한 실질적 분양가 인하 성과라는 것도 5단지 내 일부 블록을 소규모 필지로 세분화하는 것이다. 입주 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도 당초 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부분으로 이미 여러차례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이다. 결국 정치인들의 치적 쌓기가 지역 경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구미경제계 인사는 “국가공단의 분양가가 낮으면 기업에게 좋은 일이긴 하지만, 5단지의 분양가가 높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일부에서 일반산업단지와 국가산업단지의 분양가를 비교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아는데, 이것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소한 구미지역의 국회의원이라면 일반산업단지와 국가산업단지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것도 모르는 것 같다. 제발 자신들의 치적 쌓기 공부만 하지말고 경제 공부부터 좀 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현재 구미 5단지의 분양가는 3.3㎡당 86만4천800원으로, 김천 일반산업단지(36만원) 등 구미 인근 지역의 산업용지에 비해 비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반산업단지의 경우 기업 공장 부지만 제공하는 반면, 국가산업단지는 기업 공장에 필요한 전기, 상·하수도 등의 기반 시설 등을 모두 갖춰 제공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경제인들의 주장이다.

또 정부에서 특정 산업에 맞게 공단을 조성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다양한 혜택이 따라온다. 구미 5단지의 경우 초순도 공업용수 공급이 계획되어 있다. 이밖에 국가산업단지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직접 관리 운영하면서 기업들에게 다양한 경제 정보와 경영 컨설팅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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