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리

감자 먹이기

달아나는 희망의 등 뒤에다 감자 먹이기

비음이 너무 많은 우리들의 시 속으로 감자 먹이기

가노라 너무나 북적대는 이 황야를

떠나노라 너도 식어버린 이 지구를

감자 먹이기

잡티가 대량 섞인 우리들의 살 속으로 감자 먹이기

돌아보는 희망의 마빡에도 감자 먹이기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과 이 시대의 오염과 타락상에 대한 시인의 준열한 야유와 비판의식이 시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절망과 거짓투성이의 현실, 오염되고 왜곡된 시대현실에 소위 감자먹이기를 해대며 비아냥거리는 시인정신 속에는 어쩌면 그런 현상들에 대한 극복과 초월의 염원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