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업, 대구시를 바꾼다 (上)

▲ 물산업의 중요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는 정수장은 정수장으로 끌어 들인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핵심 시설이다. /대구시 제공

시간을 거슬러보자.

조선시대, 고려시대, 삼국시대, 선사시대. 그리고 더 오래전 인간이 이 땅에 문명을 피웠을 때에도 물은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다. 모든 인간들은 물이 흐르는 곳 가까이에서 삶을 이어갔고, 물이 풍부한 곳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것은 2017년을 살아가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의 인구 중에서 물이 없거나,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고 한다.

인간이 물을 지배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물이 인간을 지배한 셈이다. 현재 대구시가 추진 중인 `물산업`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물을 지배하고, 물에서 파생되는 상당한 효과를 대구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물산업에 대한 현주소를 알아본다.

대구시-중국기업 합작회사 건립
100조원 규모 중국 물시장 진출

대기업 롯데케미칼 유치 이어
국내 유망 물기업들 대구시 합류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성공적 안착

◇ 대구, 물산업 허브도시 부상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분양과 함께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지난 2015년 12월 물산업클러스터에 1호 대기업인 롯데케미칼을 유치했다. 롯데케미칼은 3만2만261㎡의 부지에 멤브레인(분리막)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또한 대구시는 중국과 합작사를 세워 100조원 규모의 중국 물시장에 진출했다. 대구환경공단과 엔바이오컨스는 중국 이싱환보과기공업원 및 중국 기업과 4억위안(약 720억원) 규모의 합작회사를 세웠다. 중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대구시가 세계 물산업 중심도시로 야심찬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2016년 현재 전 세계 물시장의 규모는 약 800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으며, 연평균 2.98%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상하수가 물시장의 대부분인 89%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상황은 다르다. 국내 물시장은 가격경쟁 위주의 저수익이 고착화된 상태다. 지난 2014년의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물시장의 매출액은 30조6천751억원이었으며, 사업체는 1만1천35개(대구기업 291개 사업체)로 추산됐다. 하지만 국내 물기업의 수출액은 1조6천503억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해외 물시장 선점에 뒤쳐진 상황으로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와 전략적 해외진출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미래 물시장 선도

대구는 물로 인해 많은 아픔을 겪었던 곳이다. 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은 대구를 `멘붕`으로 만들었다. 이후 대구의 정수장은 고도 정수처리시설이 발당했다. 금호강은 오염이 극심해 `죽음의 강`으로도 불렸다.

이 같은 물에 대한 경험이 대구를 `물산업`이라는 신세계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내에 조성되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성공적인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는 물산업 진흥시설과 테스트 베드, 기업집적단지, 공업용수정수장 등이 들어선다. 지난 2016년 11월 10일 착공을 시작한 `국가물산업클러스트`는 올해 말까지 80%의 공정률을 기대하고 있다.

물산업 진흥시설은 물융합연구동, 워터캠퍼스, 글로벌 비즈센터로 구성된다. 물융합연구동은 물산업 연구개발(R&D)과 기술인증, 기술을 상용화하는 물산업클러스터의 컨트롤타워다. 기업전용실험실과 공공기관 및 민간연구소가 들어온다. 워터캠퍼스는 물산업 전문인력과 기업 맞춤형 재직자를 양성, 교육하고 산학연계 창업을 지원하는 곳이다. 물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창업지원실, 시제품 생산실, 프로젝트랩 도서관 등이 갖춰진다. 대구시는 DGIST, 경북대 등 지역 대학의 참여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즈센터는 기업이 가진 제품과 신기술의 마케팅과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실증화시설은 테스트베드다. 테스트베드가 중요한 이유는 물산업 제품과 기술의 수출을 위해서는 실험 및 인증이 필수기 때문이다. 상·하수도, 하·폐수 재이용, 저탄소 수처리 부품 및 장치기술 고도화 사업,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나노기술(NT) 융복합 수처리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시설을 구축한다. 물과 관련한 모든 신기술을 테스트하고 실증한다.

◇ 물산업 클러스터 기능 보완·강화

클러스터 내 허브 테스트베드는 정수, 하·폐수 재이용, 종합관망 등의 분야에 신기술 실험공간을 제공한다. 대구시는 허브 테스트베드에서 개발된 기술과 제품을 대구 시내 18개 환경시설에서 대규모(3천~7만㎥)로 테스트한다. 대구 전역이 실험실인 분산형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통해 대구는 2025년 전국 물산업 비중 10%의 도시, 국가적으로는 세계 물산업 5대 강국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14위로 평가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대구시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클러스터 기능을 보완하고 강화했다. 대구시는 클러스터의 디자인 및 상징물을 보완하기 위해 용역을 진행 중이며, 테스트베드의 기능보완을 위해 국제 규격시험이 가능한 펌프, 밸브, 계측기 등 성능 시험설비를 구축했다.

이러한 대구시의 노력은 지난달 11일 롯데케미칼이 대구국가산업단지에 하·폐수 처리 분리막 생산 공장을 착공하도록 했다. 국가산단 물산업클러스터 1호 입주기업인 롯데케미칼 대구 공장은 사업비 500억원 규모로 내년 5월 완공이 목표다. 이로써 국내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물산업 관련 입주 기업의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여 대구시 역점사업인 물산업클러스터 조성에도 큰 탄력을 받게 됐다. 공장 완공과 함께 생산이 본격화할 경우 연매출 규모가 약 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롯데 측은 추가 투자와 공장 증설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생산 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외에도 대구시는 PPI평화등 16개 유망 물기업을 유치했다.

◇ 해외 물산업 시장개척의 교두보 역할

대구시는 지난 2015년 720억원을 투자해, 민관 협약을 위한 한중합자회사를 설립했다. 또 지난 2016년 4월에는 중국 샤오잉시와 하수처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에는 420만 위안 규모의 제2한중 환경합자회사를 설립했다. 또한 2017년 4월 지역 물기업 중국 샤오잉 하수처리장의 교반기를 전수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여기에 머무를 생각이 없다. 당장 대구 국가산업단지의 유치타깃 기업 100개를 선정하고 접촉 중이다. 대구시는 2018년까지 제조업 분야 등에서 약 70개 기업의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대구시의 노력은 `물산업`과 관련한 대구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2015년 4월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제7차 세계물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 포럼에는 7개국 정상과 100여 명의 장차관 등 168개국 4만6천여 명이 참석했다. 또 투자양해 각서 8건이 체결됐고, 1천200만 달러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 수출계약은 30만 달러였다.

대구시는 또 지난 2016년 3월 아시아물위원회 이사기관으로 선출됐다. 또한 2016년 10월 19일부터 사흘 간 제1회 대한민국국제물주간의 성공적인 개최가 이뤄졌다. 이 회의에 62개국 1만2천300명이 참석했고 지방정부차원의 World Water Partnership을 구축했다. 전시회에 71개 기업기관이 참여했고 구매수출상담 170건 액수로는 156억원에 달했다.

/박순원기자 

    박순원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