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은 획기적이다. 온라인 신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집회·시위 신고 과정부터 후속조치까지 전 과정에 대한 개혁안이 총망라된 이 권고안이 혹여 무분별한 시위를 부추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권고안이 불법시위와 과잉진압 논란의 악순환을 거듭해온 폐해를 일소하고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고 보장하는 선진 시위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경찰은 경찰개혁위 권고안을 모두 수용할 방침을 밝혔다. 가장 크게 바뀌는 건 온라인 신고 제도의 도입이다. 기존에는 방문 신고만 가능했지만 권고안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집회 신고 과정에서 온라인 신고 시스템 도입을 담고 있다. 경찰은 신고 간소화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부 집회에서 갈등의 단골 소재였던 `집회·시위 금지통고` 방침도 손을 보기로 했다. 헌법에서 집회·시위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금지통고제가 허가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금지통고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 뒤 이를 공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집회·시위 대응 과정에서의 `채증 기준 강화` 방침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무분별한 채증을 제한하기 위해 과격한 폭력행위 등이 임박했거나, 폭력 등 불법행위가 있을 때, 또는 범죄수사 목적의 증거보전 필요성·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채증을 하기로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논란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경찰무전망도 녹음해 일정 기간 보관하게 된다. 경찰은 이미 차벽·살수차를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집회 현장에서 자주 등장하던 해산명령 방송도 타인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개혁위는 강제해산도 직접적이고 현존하는 구체적 위험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번 권고안에 담긴 `집회 시 일반교통방해죄 원칙적 미적용`이라는 대목은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초래될 것이라는 경찰 내부의 목소리가 있어서 논란거리다. 경찰의 인권친화적 대응력을 높이는 일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불편 또한 간과하거나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까닭이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과거의 시위현장과 비교하면 우리의 시위문화가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근대적인 집회·시위 관행이 완전히 개선됐다고 말하기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이번 집회·시위 대응방침 대전환이 우리나라의 시위문화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초석이 되고, 치안당국 또한 국민들에게 진정 신뢰받는 인권경찰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