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세계인들의 관심이 북한 김정은의 모험에 쏠려 있다. 북한은 여덟 차례의 유엔 대북 제재결의를 무시하고 미사일과 핵실험을 강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 동안 미루어 왔던 성주 사드 배치를 전격적으로 강행했다. 정부는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북핵문제는 사드 배치만이 능사가 아니며 근본적인 해법도 아니다. 우리는 북핵 위기의 근본적인 대응책을 논의해야 할 엄중한 시점이다.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통해 그 득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 자체의 핵 개발 시나리오이다. 북한의 핵 실험에 우리는 계속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도 핵을 개발하여 북에 대한 실질적인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독자적 핵을 개발했는데 우리라고 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2~3년 내 핵 개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9일 갤럽의 여론조사도 우리의 핵보유에 찬성하는 여론이 60%에 이른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자체 핵개발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과 명분에도 어긋난다. 우리가 핵확산 금지 조약(NPT)을 탈퇴하고 북한처럼 핵을 개발하면 북핵을 정당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자체 핵 개발시나리오는 명분과 현실 면에서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둘째,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시나리오이다. 사실 미국 전술핵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명분으로 철수되었다. 이 시나리오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때마다 등장했던 시나리오이다. 우리 국방장관도 국회에서 방미 중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거론했다고 답변했다. 사실 유럽에도 수십 기의 전술핵이 배치돼 있다. 이 시나리오 역시 우리의 독자 핵개발 못지않은 여러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중국은 방어용 사드배치까지 반대하는 입장에서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전술핵이 배치될 경우 북·중·러 역 삼각 안보 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한반도는 다시 냉전시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고 그로인해 동북아의 긴장은 더욱 조성될 것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는 대중 협상용 지렛대로 활용할 가치가 있으나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셋째, 우리의 대북 전력강화 시나리오이다. 이번 사드 배치도 결국 우리의 방어 전력강화 시나리오의 일환이다. 이 시나리오는 유엔의 국제적 대북 제재·압박 조치에도 부합된다. 한미간 미사일 탄두 중량과 사거리 제한 조치의 해제, 대북 미사일 방어용 이지스함의 한반도 상시 배치의 검토도 대북 군사적 억지력 강화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이번 사드배치에서 보듯이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가 문제가 된다. 중국은 현대자동차 뿐 아니라 신세계의 이마트, 롯데마트에 대한 경제 보복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 무역의 25%를 담당하는 중국 발 경제 리스크도 더욱 증대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고가의 방어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촘촘한 다층 방어망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3개의 시나리오는 각기 장단점이 있고 한계가 있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세 번째의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이 그 나마 유엔이나 국제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북 전력 강화시나리오도 북핵 폐기의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북핵 폐기나 동결을 위한 협상이라는 시나리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미국과 북한은 유럽에서 비공식적인 접촉이 시작되었다는 보도도 있다. 북한도 미국과 협상을 통해 그들 체제의 안전성을 담보 받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피력하였다. 중국과 러시아도 핵문제의 협상과 대화라는 시나리오에는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코리아 패싱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한 적실성 있는 우리의 외교 방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