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포항뮤직페스티벌을 마치고`
박천영 포항시문화반딧불모니터단장

▲ 박천영 모니터단장

지난 6, 8, 9일 사흘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는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최고 연주자들과 포항시립교향악단과 포항시립합창단이 펼쳐내는 `제2회 포항뮤직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 티켓팅을 시작한 당일부터 순식간에 일부 공연은 절반이 예매되는 등 연일 공연장을 가득 메운 지역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가을향기를 만끽하는 풍성한 축제의 향연이 되었으며 국제적 수준의 이번 축제가 문화도시 포항의 품격을 한 층 높였다는 평이다.

첫날 첫 무대는 독일유학파이자 철학도이기도 했던 구자범 지휘자가 독일의 바그너가 처음으로 자신의 스타일로 선보인 오페라 `로엔그린` 3막의 전주곡을 선택하였고 관객들 모두는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박진감 넘치는 화려한 빛깔과 역동적인 움직임에 음악 속으로 몰입되어 갔다. 청중들은 무대의 연주자들에게로 연주자들은 지휘자의 손끝으로 눈빛이 모이고 함께 어우러지며 음악이 주는 느낌을 주고받는 듯하였다.

전체적인 연주곡의 흐름도 비제의`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를 비롯한 굵직하고 드라마틱한 곡들과 타이스의 `피날레`와 같은 서정적인 곡들이 조화를 이루어 연주회에 깊은 감동을 더해 주었다. 4명의 주연 성악가들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들려주는 노래가 때로는 봄 언덕을 넘어오는 꽃향기 같았고 때로는 산마루를 타고 넘는 소나기구름처럼 느껴지며 청중들의 감성을 “들었다 놨다”하는 듯했다. 특히 소프라노 오미선씨의 풍부한 발성을 기반으로 하는 감미로운 아리아는 분명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손색이 없었으며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극장의 주연가수로 활동 중인 바리톤 양준모씨의 드라마틱한 창법과 편안하게 뻗어 나오는 중저음은 듣는 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여러 장면들이 이어지는 오페라 아리아 속에 푹 빠져있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곡이 끝나고 가히 폭발적인 박수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첫 공연이 끝나자 말자 이어지는 다음 공연을 기대하며 그렇게 사흘을 보낸 것 같다.

둘째 날은 포항시립합창단이 창단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지휘자를 초청하여 월등한 하모니와 섬세한 합창음악의 세계를 선보였고, 또 국악과 더불어 엮어가는 합창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특히 베이스 바리톤 스테판 모쉑이 노래한 베르디와 모차르트의 아리아는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음량뿐만 아니라 연기력도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임을 느끼게 하였다. 축제공연임을 감안한다면 유명한 오페라 합창곡이나 소규모 관현악과 함께 부르는 무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하였다.

마지막 날의 피날레는 정주영 지휘자가 이끄는 포항시립교향악단과 정동하가 꾸미는 팝스콘서트로 화려한 대미를 장식하였다. `캐리비안의 해적` `사운드 오브 뮤직` 등 친근한 영화음악들은 콘서트장을 즐거움으로 들뜨게 하였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어지는 `불후의 명곡` 최고의 인기가수 정동하와 오케스트라가 뿜어내는 귀에 익은 노래들의 열창 사운드는 3일간 음악축제의 절정을 꽃 피우고 있는 듯하였다. 계속되는 환호와 갈채는 축제의 끝을 아쉬워했지만 열정의 무대는 내년을 약속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 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포항뮤직페스티벌은 지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고품격의 무대를 안겨 주었고 시민들도 연일 만원사례로 응답해 주었다. 축제 기간 중 획기적이고 집중력 있는 연주기량으로 품격 연주회를 이끌어 준 지휘자들과 초청연주자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며 이번 음악회가 지역 클래식음악의 1번지인 포항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에게도 분명 큰 변화와 성장의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모든 음악의 근간이 되는 클래식음악이 든든하게 자리매김함으로써 포항의 예술문화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넉넉히 감당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국제적인 수준의 음악과 음악인들을 내년에 또다시 만날수 있다는 또다른 기대감과 아울러 기적처럼 성장해 나갈 포항문화발전의 장면들을 꿈꾸듯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