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폭행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의 모습은 쇠파이프, 소주병 등으로 구타당해 찢겨진 머리, 퉁퉁 부은 얼굴, 담뱃불 자국 등 실로 끔찍했다. 도저히 10대 여학생들이 저지른 폭력이라고 믿기 어려운 참혹한 몰골이었다. 잔혹하고 흉악하기가 성인 범죄보다 더하다. 더욱 기가 막히는 대목은 부산과 강릉, 아산 사건 등 유사 폭행사건의 가해자들 대부분이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죄책감조차 없다는 점이다.
가해 학생들은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 사진을 친구에게 보내거나, 폭행 장면 동영상을 자랑삼아 퍼뜨렸다. 이들이 범행 후 킬킬거리며 주고받은 문자들을 보면 악귀가 따로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도대체 어떤 사회적 환경적 요소들이 이 아이들을 악마로 만들었을까. 한창 푸른 꿈에 젖어 살아야 될 나이의 소녀들이 왜, 무슨 이유로 이렇게 흉측한 폭행사범으로 전락한 것일까.
관련법 개정 목소리가 먼저 터져 나오고 있다. 형법 9조는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형사미성년자로 분류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만 받는다. 만 18세 미만으로 사형, 무기징역형에 해당할 경우에는 형량을 낮춰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특정강력범죄법은 미성년자의 살인죄에 최장 20년으로 형량을 제한하고 있다. 시대변화에 따라, 아이들의 심신발육상태가 확연하게 달라진 만큼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경감해주고 있는 법을 개정하는 조치는 불가피할 것이다. 가벼운 범죄에 대해서 벌을 낮춰주는 것은 몰라도 최근의 사례처럼 성인 흉악범들도 잘 저지르지 않는 극악한 폭행 같은 범죄만큼은 엄벌로 다스리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대증적인 방지책만으로는 태부족하다.
꽃 같은 존재여야 할 소녀들을 악마로 키우고 있는 척박한 환경은 결코 그 요인이 단순하지 않다. 청소년들에게 무한정 노출되는 폭력 영상물 문제, 아동들에 대한 부모세대의 무관심, 공동체의식이라고는 전혀 훈육하지 않는 양육태도, 인성교육에 무신경한 교육시스템 등 형편없는 교육환경에 대한 전방위적인 개혁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생생하게 기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