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졌다. 올들어 수차례의 탄도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대화기조의 대북정책을 유지해오던 문재인 정부였다. 그러던 것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강경기조로 돌아섰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이견으로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지경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했는데, 두 정상의`북핵 처방전`이 확연히 달랐다. 두 정상 모두 `북핵 불용`이라는 기본 원칙에 공감하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했으나, 북한을 어떻게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것이냐에 대해서는 뚜렷한 견해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안보리 제재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이번에는 적어도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안 되고 냉정하게 긴장 고조 조치를 피해야 한다”면서 “`정치·외교적` 해법을 추구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유엔안보리에서의 대북 추가제재 조치 결의안에 대해 거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함께 제시한 `한반도 긴장완화 로드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푸틴이 언급한 로드맵은 중국의 `쌍중단`(북한의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제안에 기초한 것으로, 총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핵과 미사일의 비확산을 공약하면 한미 양국도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한다는 것이다. 2단계는 남·북과 북·미, 북·일 간 평화공존 및 군사력 불사용과 관련한 협정을 체결하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한반도 평화 문제는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제외하는 데 합의한다는 것이다. 3단계는 동북아 지역의 안보체제 수립을 위한 다자협정을 통해 비핵화와 제재 해제, 군비 통제, 주한미군 등 복합적 이슈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북핵 문제해결에 중요한 키를 쥐고있는 중국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힘을 실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 측은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 핵 비확산 체제 유지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새 정부 출범 이후 수 차례의 탄도미사일 도발에도 끈기있게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었다. 그러던 문 대통령으로서도 6차 핵실험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권 3당이 일제히 현행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전면 재검토롤 촉구했고, 국민들의 안보불안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해외에서도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을 `유화책(appeasement)`이라고 비판하며 `대북 대화 일변도` 정책에 대해 우회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문 대통령이 대화기조에서 강경·압박으로 입장을 선회했지만 이제는 러시아와 중국이 앞길을 막아섰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주장에 가까운 로드맵을 종용하니 마뜩찮다. 대화제의는 들은 척도 않고, 추가제재도 실현이 어렵다. 이 상황에서 탄도미사일과 핵실험으로 몸값 불리기에 바쁜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힐 방법은 뭘까. 야당이 주장하는 전술핵 재배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미국의 전략적 자산 상시배치 등 `공포의 균형`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래야 북한에게 아무리 탄도미사일과 핵 실험을 감행해도 더 이상 몸값이 불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우쳐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