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지음·이정서 번역·새움 펴냄소설·1만4천800원

혹자는 “번역은 반역에 다름없다”고 말한다. 원작에 사용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완벽하게 옮긴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제목처럼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최근 출판사 새움이 출간한 `어린 왕자`는 이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번역자 이정서씨의 안간힘이 만들어낸 책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프랑스의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 펼친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함의와 은유를 제대로 이해하는 독자는 드문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작인 불어판과 영문 번역본까지 비교하며 함께 읽어본 이는 더욱 드물다.

이번에 `어린 왕자`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책의 뒤편에 불어와 영어 번역본까지를 수록한 이정서씨는 기존의 권위와 질서를 부정하며 주목받은 `용기 있는` 번역자다. 그는 2014년 그때까지 출간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 “오역(誤譯)이 적지 않다”고 지적해 출판계를 흔들어 놓았다.

그의 주장에 대한 지지 선언과 비난이 동시에 돌출했고, `이정서`라는 이름은 인터넷과 문학 관련 잡지 등에서 한동안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 논란의 진행 과정에선 부정적 측면도 발견됐지만, `번역자로 일하는 이들의 타성에 젖은 안일한 태도를 반성하게 했다`는 긍정적 측면은 누구도 함부로 부정할 수 없다. 만나본 바 없지만 이정서씨가 `성실한 사람`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출판사가 밝힌 `어린 왕자`의 번역·출간 의도는 분명하다. 아래와 같은 설명이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의 잘못된 해석으로 작품의 메시지가 흔들리는 일은 번역 세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그래서 역자는 더 나은 번역을 위해 끊임없이 개정판을 내는 것일 터.”

이정서씨는 `이방인`에 이어 기존의 `어린 왕자` 번역서에도 여러 군데 오류가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불어·영어·한국어 번역을 비교하는 `작업 노트`까지 책에 실었다. 짐작건대 이번 `어린 왕자` 번역본 출간도 작지 않은 논란을 부를 듯하다.

만약 1944년 지중해 인근으로 정찰 비행을 떠났다가 실종된 생텍쥐페리가 아직 살아있다면 한국에서의 `어린 왕자 번역 논란`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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