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 열

한 잔의 술에도 편두통은 온다

믿고 사랑했는데 어느 날

등 뒤에서 비수를 들이댈 때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사람 사는 세상에 닿지 못하고

이리 뒤틀리고 저리 비틀려

수갑이 되고 족쇄가 되어 으르렁거리며 달려들 때

편두통은 온다

바다 끝 혹은 바람 끝에 서 있을 때

편두통은 온다

낡은 것들 가버린 자리에

새로운 것들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아, 전혀 보이지 않을 때

편두통은 온다

반복되는 일상의 쳇바퀴 속 여러 가지 부재와 왜곡의 상황에서 시인은 편두통을 앓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더 심각한 편두통은 낡은 것들이 새로워지려는 노력도 없이 단단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더 심하다는 것이다. 낡은 것들의 정체와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의 괴리에서 시인은 갈등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