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4지방선거 시점으로 기약된 `지방분권개헌`이 제대로 성취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지역의 열망이 식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의 약속이 굳건하고, 지역민들의 합심이 두터운 만큼 이번이야 말로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하지만 `지방분권개헌`의 전도는 결코 꽃길이 아니다. 철옹성처럼 굳어진 중앙집권적 마인드를 깨부수는 일에서부터, 여차하면 중앙권력구조 논란에 파묻힐 개연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대토론회가 부산, 광주에 이어 세 번째로 5일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세균 국회의장은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와 승자독식의 정치체제가 현행 헌법의 대표적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며 개헌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사무배분, 지방정부의 자치법률 제정권 부여, 국세의 지방세 이양 등 자치재정권 보장, 재정조정권제도의 헌법 규정, 지방정부의 발언권과 결정권 보장`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박인수 영남대 교수는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라고 녹록지 않은 상황을 상기했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저출산, 양극화, 지역격차, 정치갈등, 복지, 청년고용 등 국가적 난제를 지방분권 개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중앙집권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지방정부의 권능에 대한 제안부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지역대표형 상원을 설치해 지방의 국정 참여를 확대하자는 제안은 행정구역 및 선거구제 개편과 맞물려 있다. 관련된 논의는 별도로 진행돼야 한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논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바 있는 `제2 국무회의 설치` 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국무위원이 될 수 없고 헌법사항이 아니라며 반대하는 기류가 완강하다.

`지방분권` 의지가 강한 김부겸 행자부장관의 역할에 기대가 크다. 김 장관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자치분권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자치분권에 역점을 둔 실질적인 논의를 해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면 중앙권력구조 문제만 가지고도 정치권이 대충돌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나라의 미래보다는 정파적 이익을 탐닉하는 경향이 깊은 각 정당들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기준을 두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분권 개헌`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온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치열`하지 않고는 결코 `성취`할 수 없음을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넋놓고 가다가 놓치고 난 뒤 땅을 친들 무슨 소용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