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인 그래비티의 CEO 댄 프라이스는 2015년 4월 파격적인 연봉정책을 발표했다. 경비원, 전화상담원 등을 포함한 120명 전직원의 최저연봉을 7만달러(약 7천900만원)으로 올린 것이다. 대신 110만달러였던 자신의 연봉은 7만달러로 삭감했다. `사회주의 냄새가 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함께 회사를 창업한 형이 “회사를 잠재적 위험에 빠뜨렸다”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댄 프라이스는 “나는 자선사업 하는 게 아니다. 임금인상도 투자며, 회사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 후 2년 5개월이 지난 현재 이 회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마이클 휠러교수는 “그래비티는 연매출이 연봉을 올리기 이전보다 75% 증가했고, 직원숫자도 40%가 늘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밝힌 성과지표에서도 직원들의 행복도가 올라갔고, 이직은 크게 감소했으며, 입사지원자는 크게 늘었고, 직원들의 출산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짧아지고, 저축은 늘었다. 신규고객이 크게 늘었고, 매출도 2014년보다 35%나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7월에는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댄 프라이스에게 감사의 뜻으로 테슬라자동차를 선물하는 장면이 해외토픽에 보도되기도 했다. 댄 프라이스는 “우리가 탐욕으로 만들어지는 성공모델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면 다른 이들도 우리를 따를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 회사의 정책에 감명을 받은 바이오분야 리크루트회사인 파머로직스도 2016년 1월 전 직원 46명 가운데 연봉이 낮은 28명의 연봉을 33% 인상했다. 이후 1년 회사는 눈에 띄게 성장해 연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직원수도 72명으로 느는 성과를 거뒀다.

국가가 기업에게 최저임금을 올리도록 강제하는 최저임금 정책이 적지않은 기업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댄 프라이스의 최저연봉정책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회사가 성공하려면 직원들부터 대접해야 한다는 건 새로운 경영철학일 수 있다. 이런 경영철학이 설득력을 얻는 경제환경을 조성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최저임금 정책이 아닐까.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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