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삼성공업사 권화중 대표
경북도 향토뿌리기업에 지정

▲ 경북도 향토뿌리기업으로 선정된 삼성공업사의 권화중(왼쪽) 대표와 아들 권범철씨가 공장 작업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으로 만들면 그것에 숨이 깃드는 것이죠.”

경북도가 6일 향토뿌리기업으로 지정한 김천의 삼성공업사 권화중(77) 대표를 만났다.

향토뿌리기업 현판식이 열린 날이어서 그런지 잘 다려진 전통 한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과 손에는 오랜 세월 용광로와의 사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그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한옥이나 사찰에 사용되는 문고리, 경첩, 귀잡이 등의 장석(裝錫)을 거푸집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전통 제조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벌써 48년째다.

그도 처음부터 장석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권 대표는 “어릴 때 이종사촌이 자물쇠 공장을 했었는데 내가 그걸 팔러 다녔다. 지금으로 치면 영업인데, 당시 대구, 서울, 부산 등 전국을 다 돌아다녔다. 그러다 이종사촌이 갑자기 자물쇠 공장 문을 닫는 일이 생겨 내 고객과의 약속을 위해 내가 직접 자물쇠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자신의 고객을 위해 자물쇠를 직접 만들고 난 뒤 장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물쇠 만드는 걸 보아왔기 때문에 주물을 다루는 방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당시 전국을 돌며 사찰 등에 들어가는 장석을 봤는데 나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다”며 “실패도 많이 했다. 셀 수도 없이 많이 했다. 하지만 그 실패가 다 밑거름이고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만들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들이 내가 만든 장석을 찾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전통방식만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래야만 장석에 하나하나의 고유함이 살아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장석이라는 것이 남들이 보기에는 단순한 장식품같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하나하나의 빛깔이라든지 이런 것이 모두 다르다”며 “공장에서 찍어내면 모든 게 똑같지만,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으로 만들면 그 하나하나에 생명이 숨이 깃든다”고 했다.

삼성공업사라는 회사 이름을 걸고 일을 시작한 지 40년.

권 대표는 “먹고살기 위해 한 자리에서 뜨거운 용광로와 마주하고 앉아 주물에서 나온 장석을 갈고 닦고, 색을 입히고 조립한 일이 세월이 흘러 장인이니, 명장이니 하며 이렇게 알아주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며 “이제는 아들이 저의 일을 이어 한다고 하는데 앞으로도 한우물을 파는 기술자들이 우대받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의 아들 권범철(43)씨는 동국대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로부터 전통방식의 장석 만드는 방법을 배워 전통장석 분야 `대한명인 제15호`로 지정받았다. 현재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삼성공업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김천/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